전기차 화재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확산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국내 대표 전기차 제조 기업인 현대차·기아가 29일 잘못된 정보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참고 자료를 냈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선제적으로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했고 '배터리 두뇌'라고 불리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에 담긴 첨단 기술까지 투명하게 알리며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 해소에 힘쓰고 있다.
① 전기차에서만 불이 자주 난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는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는 선입견에 대해 소방청 통계를 꺼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년) 동안 전기차를 포함한 자동차 화재는 해마다 4,500건 이상 발생했다. 다만 연도별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1만 대당 화재 건수는 지난해 기준 비(非)전기차는 1.86건, 전기차는 1.32건이다. 특히 이 통계는 충돌과 외부 요인 등에 따른 화재를 모두 포함하고 있고 초소형 전기차, 전기화물차, 전기삼륜차까지 함께 집계돼 일반 승용 전기차 화재 건수는 훨씬 적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② 전기차 화재는 열폭주 현상으로 진압이 어렵다?
현대차·기아는 열폭주가 외부 요인으로 발생하는 대부분의 전기차 화재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배터리팩은 고도의 내화·내열성을 갖춰 배터리 이외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이 쉽게 옮겨붙지 않는다 것이다. 특히 최신 전기차에는 배터리에서 불이 났을 때도 열폭주 전이를 지연시키는 기술이 들어있어 화재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2023년 7월 '전기차 화재 진압 시연회'에서 "전기차 화재의 초진이나 확산 차단이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③ 전기차가 실내에서 화재 났을 때 더 잡기 힘들다?
지하주차장 등 실내에서 자동차 화재가 발생한 경우 전기차가 더 진압이 어렵다는 주장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현대차·기아는 밝혔다. 한국화재소방학회가 4월 펴낸 논문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작동만으로도 인접 차량으로의 화재 전이를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5월 전북 군산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해 45분 만에 진화돼 피해가 크지 않았다. 반면 2022년 대전시 한 아웃렛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1톤(t) 트럭에서 시작한 화재(7명 사망)나 2014년 경기 용인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120대의 차량이 불탄 화재는 모두 내연기관차 화재였지만 둘 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대형 피해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최근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충전량 90% 이하 전기차만 지하주차장 출입을 허용하는 방안 등은 화재 안전 대책과 거리가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회사 측은 "배터리 화재의 원인은 배터리 충전량 자체와는 관계가 없다"며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미 전기차 배터리를 100% 충전해도 충분한 안전 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