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기독교 대학, 특정 교회 출석 의무화는 인권침해"

입력
2024.08.29 14:14
"십일조 헌금, 가족의 예배 참석 규정 바꿔야"

기독교 계열 대학교가 해당 대학에서 운영하는 교회가 아닌 다른 교회에 출석하도록 한 규정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6월 25일 A대학교 총장에게 대학 교원의 임용, 재임용, 평가 등과 관련해 헌법에서 정하는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 및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고 29일 밝혔다.

A대학에서 2년마다 재임용되는 형태로 근무하던 조교수 B씨는 2020년쯤 A대학 총장의 교수 임용 비리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재임용 심사에서 B씨는 교회 봉사활동 점수 0점을 받았다. A대학이 설치, 운영하는 교회에 아닌 다른 교회에 출석한다는 이유였다. 또 총장이 부여하는 기타사항 항목에서도 낮은 점수가 매겨졌다. 결국 B씨는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다.

이에 B씨는 재임용 실적에 A대학이 운영하는 교회 출석 및 십일조 헌금, 가족 예배 참석을 포함하는 규정은 인권 침해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또 재직 중 학교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자는 재임용 심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A대학은 교내 구성원이라면 학교에서 정한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A대학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기독교 정신에 의거해 설립된 대학"이라며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교직원 복무 규정을 제정해 지금까지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특정 교회 출석을 의무화하고 재임용 심사 기준에 포함하는 건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십일조 헌금, 가족의 예배 참석 등은 교원의 연구 능력과 무관하며 가족의 신앙 생활까지 확대해 의무를 지웠기에 합리적 평가 기준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학교를 상대로 한 소송 제기와 관련해서도 "A대학 규정은 교원의 구제 절차를 사전에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신고나 고발로 인해 불이익이나 차별을 받지 않도록 명시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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