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만찬이 연기됐다는 정치권의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분 나쁘니까 밥을 안 먹는다니, 유치원생이 아닌가"라며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박 의원은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런 '밴댕이 정치'가 나라를 이렇게 만든 것"이라며 "요즘은 유치원생, 초등학생도 감정 조절을 하는데 대통령은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당초 30일로 예정됐던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찬이 연기된 이유에 대해 대통령실은 "추석 민심을 챙기고, 민생을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구실일 뿐"이라며 "한 대표가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유예하자고 하니, 윤 대통령이 '내가 하는 의료개혁에 감히 어떻게 당신이 반대해? 밥 안 먹어'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한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한 대표는 최근 대통령실에 내년도 의대 증원 결정은 유지하되, 2026년도 증원 계획을 유예하고 의료계와 협상할 것을 제안했다.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하자 절충안을 제시한 셈이다.
박 의원은 "의대 증원은 국민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당사자(의료계)와 소통을 해서 점진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며 "대통령이 딱 명령해서 '내년부터 증원해'라고 하니까 이 난리가 난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할 때 (그 밑에서) 특수부장을 하듯 명령에 복종하고, '윤심'을 쫓아가면 민심의 가혹한 심판을 받는다"면서 "시간은 한 대표 편이다. 윤 대통령은 2년 9개월밖에 안 남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태 해결을 위한 한 대표의 방법론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박 의원은 "불쑥 대통령실에만 (절충안을) 전달해 버리고 당내 소통은 없으니까 (당에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며 "이런 문제는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협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추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 대표의 의대 증원 절충안을 두고 "구체적으로 사전에 심도 있게 상의한 적이 없었다"며 "정부 방침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당도 함께할 생각"이라며 이견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29일부터 이틀간 인천에서 연찬회를 개최한다. 윤 대통령은 재작년과 지난해 연찬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윤한 갈등'이 불거지면서 이번엔 불참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그럼에도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이) 100%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이유에 대해선 "지금 (당내에서) 한 대표를 지지하는 의원이 극소수"라며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의원들한테 용기를 줘서 (당을) 장악하고, 단결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