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학교에서 딥페이크(인공지능을 이용한 합성 사진·영상물) 성범죄 피해자가 다수 발생한 가운데, 온라인상에서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는 가해자 정보방이 등장했다.
텔레그램에 개설된 '딥페이크 가해자 정보방'에는 29일 기준 참가자 420명이 활동 중이다. 가해자들이 범죄 수단으로 악용했던 텔레그램이 이번에는 보복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텔레그램 정보방에선 당초 피해 상황을 공유하는 대화가 주로 오갔었다. 그러다 하나둘씩 가해자 신상정보가 공유되면서 본격적인 '신상털이'가 시작됐다.
정보방에선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의 이름과 사진은 물론이고 연락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거주지, 학교 등 자세한 신상정보가 올라오고 있다. 참여자들 사이에선 또 다른 가해자들의 신상을 요구하는 질문이 쏟아지기도 하고, 가해자 신상정보를 제공하는 곳이라며 또 다른 SNS 대화방 링크가 공유되기도 한다.
한 참여자는 "가해자 정보를 가져왔다"며 특정인의 이름과 전화번호, 소속 학교 등을 공유했다. 심지어 부모의 연락처까지 노출했다. 그는 "이 사람은 전에도 딥페이크를 해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은 전적이 있다"며 "여기 있는 사람이 한 통씩만 걸어도 300통이다. 다 같이 전화를 걸어달라. 경찰이 (처벌)할 수 없다면 우리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엉뚱한 가해자를 지목할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한 SNS 계정에는 "나는 텔레그램 딥페이크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 중 한 명인데, 나는 두 아이 키우는 평범한 주부일 뿐이다. 어떤 경로로 내 아이디가 유출된 건지 모르겠다"는 하소연 글이 올라왔다.
사적 제재는 매번 논란에 휩싸인다. 피해자들에겐 통쾌한 일이지만 자칫 무고한 인물을 지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범죄자들을 처단하겠다며 문을 연 디지털교도소는 엉뚱한 사람의 신상을 공개했다가 질타를 받고 문을 닫았다. 당시 이 사이트에 정보가 공개된 뒤 결백을 주장하다 숨진 사람마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밀양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와 관련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던 유튜버 중 한 명이 실수로 한 여성을 가해자의 여자친구로 지목했다가 관련 없는 인물로 드러나자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사적 제재는 엄연한 불법이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나 명예훼손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과거 디지털교도소를 운영했던 운영자는 2021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최근엔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했던 유튜버 부부가 구속되기도 했다.
전날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 27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196건의 딥페이크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이 중 179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확인된 피해자는 초등학생 8명, 중학생 100명, 고등학생 78명과 교직원 1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