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년간 탈모 치료제 개발에 매진한 성종혁 연세대 약학대학 교수는 2015년 정부 지원으로 탈모 치료제 연구개발 기업 에피바이오텍(구 스템모어)을 창업했다. 세포 이식과 배양을 통해 탈모를 치료하는 신기술 연구로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제약회사, 화장품업체와 제휴해 연구용역, 세포 판매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4억7,600만 원. 중소벤처기업 특화 시장인 코넥스에 상장한 회사의 시가총액은 216억 원이다. 회사는 투자자에게 일부 지분을 매각해 100억 원을 확보한 뒤 다시 대학에 재투자했다. 김훈배 연세대 기술지주회사 최고사업책임자(CBO)는 "대학이 아무리 좋은 기술을 보유해도 자금이나 인력이 부족해 장기적인 정부 지원 없이 사업화하기는 굉장히 어렵다"며 "창업에 그치지 않고 투자유치, 해외 진출 등 폭넓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 보유 기술 사업화를 지원하는 정부의 '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BRIDGE·브릿지) 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 기술이전을 통해 대학들도 수익을 올리면서 이를 연구에 재투자하는 선순환도 이뤄지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2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 사업 10주년 포럼'을 열고 사업의 성과와 우수 사례, 향후 과제 등을 공유했다. 2015년 시작한 브릿지 사업은 대학의 연구 성과물 중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발굴해 이전하고 이를 통해 창출된 수익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브릿지 사업 대상에는 2015년 20개 대학을 시작으로 2기(2018~2022년)에 24개 대학이 선정됐다. 지난해 3기(2023~2025년)에는 24개 대학이 신규 지정됐고 올해 6개 대학이 추가됐다. 해당 대학들을 지원하는 올해 예산은 210억 원이다. 매년 기술이전 실적 등을 평가해 차등 지원하지만 학교당 7억 원 안팎의 사업비를 받는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지난 10년간 기술이전을 통한 대학의 수입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기술이전 수입은 2014년 521억 원에서 지난해 1,005억 원으로 뛰었다. 기술이전 건수도 같은 기간 3,247건에서 5,774건으로 77%가량 늘었다. 동영상 통신기술 특허를 보유한 세종대는 올해 8월 기준 148억9,000만 원의 기술이전료를 받았고, 한양대도 LG화학과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수백억 원대 수익을 올렸다. 윤소영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관은 "대학이 교육과 연구 성과물을 사회와 연결하는 혁신의 허브가 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자체 재원을 다각화하고 재투자해야 대학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는 대학의 기술이전을 받은 기업의 투자유치설명회(IR) 개최 등 후속 지원도 강화된다. 이날 포럼에서도 기술이전을 받은 35개사가 기술과 전략 등을 설명하는 투자유치설명회(IR)가 열려 100여 명의 민간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한 투자자는 "중소기업들은 유망한 미래 기술에 목말라 있고, 반대로 대학들은 자금과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정부가 이를 연결해 투자자 입장에서도 유망주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평가했다.
포럼에서는 브릿지 사업의 발전 방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제언도 이어졌다. 정영룡 전남대 기술경영센터장은 "10년간 정부 지원으로 대학의 기술사업화 표준 모델이 구축됐다"며 "이를 토대로 앞으로 10년은 각 대학들의 협업이 필요하고, 해외 시장 진출 등을 모색할 수 있는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