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출구전략 거부한 尹... '의대 정원' 격돌에 與 자중지란

입력
2024.08.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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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 건강과 안전 지키는 게 최우선" 직진
윤 대통령, 한동훈과 약속 취소하며 불쾌감 표출
"공개적 불협화음 우려" vs "중재안 시의적절"
전망 불투명...추가 협상·간호법 통과 등이 변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다시 맞붙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의료 공백 사태의 해법을 놓고 이견이 도드라졌다. 대표가 2026년 의대 정원 유예를 출구전략으로 제시했지만 윤 대통령은 거부했다. 심지어 한 대표와의 예정된 만남도 취소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대표 제안에 힘을 실으며 윤 대통령과 날을 세웠다. 어떻게든 위기를 수습하려는 한 대표의 '실리'와 지방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의료개혁을 밀어붙이려는 윤 대통령의 '명분'이 뒤엉켜 미래 권력과 현재 권력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한동훈 "국민 건강과 안전 지키는 게 최우선" 직진

한 대표는 28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여당 의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번 사태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사실상 윤 대통령을 향한 실력 과시로 해석되는 자리다. 한 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의정 갈등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는 이유에 대해 “대단히 중요한 이슈이고, 거기에 대해 당이 민심을 전하고 민심에 맞는 의견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정 갈등 우려에 대해 묻자 “국가의 임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고 거기에 대한 논의와 어떤 게 정답인지만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과의 불협화음을 줄이는 것보다 민심을 받들어 여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 한동훈과 약속 취소하며 불쾌감 표출

대통령실은 즉각 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료개혁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입장은 일관된다”며 “한동훈 대표와 당 쪽에서의 의견과 전혀 무관하게 일관된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2026학년도 정원과 관련해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를 갖고 단일안을 제시하면 논의할 여지가 있지만, ‘증원 유예’는 어림없다는 것이다. 한 대표의 압박에 윤 대통령은 29일로 예정된 국민의힘 연찬회 참석과 30일 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의 만찬을 모두 취소했다.

다시 불거진 권력 갈등에 여당 내부도 어수선하다. 친윤석열계인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료개혁은 한 치도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며 대통령실 주장을 뒷받침했다. 한동훈-추경호 당내 투톱이 엇박자를 낸 것이다. 반면 비한동훈계 중진 나경원 의원은 SBS라디오에 나와 “의정 갈등을 오랫동안 수습하지 못한 책임자는 물러나야 한다”며 당의 중재 역할에 힘을 실었다.


"공개적 불협화음 우려" vs "중재안 시의적절"

친윤계는 '한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며 불만이 상당하다. 친윤계 핵심 의원은 통화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을 이해당사자가 반대한다고 주저앉으면 앞으로 정부가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의사 부족 문제 해소는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한 사안임에도 한 대표가 공개적으로 불협화음을 내는 모습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사태가 심각한 만큼 한 대표의 제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비영남권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의료 공백은 자칫하면 정권이 흔들릴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라며 "한 대표의 중재안 제시는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재안을 계기로 의료계가 대화에 복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정부에도 출구 전략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망 불투명...추가 협상·간호법 통과 등이 변수

의료계는 내달 초 수시 모집이 시작되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마저 백지화해야 한다며 반발해 중재안 수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한 대표 등이 정부와 별도로 의료계와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고, 간호법 제정안이 통과돼 보건의료노조 파업이라는 급한 불을 끈 것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거대 야당의 참전도 변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한 대표의 중재안에 대해 "현 상황에서 의료 붕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안 중 하나"라고 호응했다. 다만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틈을 벌리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이성택 기자
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