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코미디는 어떻게 발전했나 [HI★초점]

입력
2024.08.31 15:16
K-코미디, 글로벌 플랫폼 업고 급성장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다양한 활로가 저변 확장 키워드
언어의 장벽, 더 이상 한계점 아냐

K-코미디는 어떻게 발전했을까. 우스꽝스러운 분장과 특정 인물을 따라 하는 성대모사 등으로 시작했던 한국 코미디 계보는 이제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언어 장벽은 자막으로, 문화적 차이는 원초적인 웃음 포인트로 해소시키고 있다. 가령 옹알스는 비언어를 사용하면서 해외에서 입지를 다졌고 '논버벌' 코미디의 명맥을 잇고 있다. 한국 코미디의 전통, 또 새로운 혁신이 어우러지면서 숨 가쁜 성장이 이뤄지는 중이다.

최근 K-코미디의 위상이 남다르다. K-POP, 그리고 K-드라마에 이어서 K-코미디의 전성기가 온다는 분석이 다양하게 나오는 중이다. 현재 K-코미디는 더 이상 '내수용'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단순히 공개 코미디쇼에 그쳤던 과거와 다르게 스탠드업 코미디, 스케치 코미디 등 다양한 포맷의 코미디들이 신선한 돌풍을 몰고 왔다. 기존 코미디쇼에 진부함을 느꼈던 젊은 세대들에게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다채로운 색깔을 알 수 있게 만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공연들이 사라졌지만 코미디언들이 설 자리는 곳곳에 있었다. 기존 코미디언들의 부캐릭터 활용, 또 리얼리티를 강조한 숏츠 등이 대중의 좋은 반응을 끌어내면서 팬덤형에 가까운 인기를 얻었다. 공연에 최적화된 스탠드 업쇼 뿐만 아니라 캐릭터 쇼에 가까운 스케치 코미디 장르 역시 다방면의 변주를 가미, 공연에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 곽범 이창호를 필두로 한 만담쇼까지 매진을 이어가면서 K-코미디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한다.

특정 캐릭터를 활용한 꼰대희와 다나카 등은 상황극에서 가장 빛나는 이들이다. 기존 캐릭터 설정이 촘촘하게 구축이 잘 됐기 때문에 몰입감도 높은 편이다. 정체성을 고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데 앞서의 두 코미디언 모두 세계관을 유지하면서도 유니크한 매력을 고수해 인기를 이어갔다.

뿐만 아니라 코미디언의 경계가 희미해졌다는 점 역시 K-코미디의 전성기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기몰이 중인 나선욱이나 폭스클럽 등은 공채 출신 코미디언이 아님에도 당당히 코미디언의 대열에 합류했다. TV에서 활동하는 것만이 코미디언의 역할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공채 출신이 아니더라도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면 누구든 코미디언이 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현재 K-코미디에게 해외 진출의 기회는 항상 열려있다. 지난 2011년 방영된 '코미디 한일전', 2013년 시작된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또 내달엔 '개그콘서트 일본 편'이 녹화된다. 앞서 기자와 만난 김대희는 "공연을 키워서 세계로 뻗어나간 옹알스도 있다. 후배들이 자신들만의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어서 기쁘다"라고 밝혔다. 옹알스 팀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소리와 몸짓으로만 웃음을 자아내는 무언 코미디언들이다. 언어의 장벽이 녹록치 않지만 K-코미디의 무기로 전 세계에 도전장을 내미는 중이다. 2007년 '개그콘서트'를 시작으로 현재 18년째 25개국 51개 도시에 공연을 펼쳤다.

또한 오는 10월에는 넷플릭스를 통해 또 한번 해외에서의 입지를 다질 예정이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코미디 로얄'은 K-코미디를 대표하는 20인이 넷플릭스 단독 쇼 런칭 기회를 두고 나이, 경력, 계급장 떼고 붙은 웃음 배틀 예능이다. 공개 당시 오늘의 대한민국 TOP10 시리즈 1위에 올랐다. 시즌2 격인 '코미디 리벤지'는 '코미디 로얄' 우승팀(이창호·엄지윤·조훈)을 이끈 마스터이자 43년차 코미디 대부 이경규의 진두지휘 아래 22인의 코미디언들이 참전하며, 권해봄 PD가 연출한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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