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이 부동산 투기 억제에 초점을 맞춘 가계대출 대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줄인상에 쓴소리를 내자 '제2안'으로 일제히 진로를 바꾼 것이다.
28일 KB국민은행은 "다음 달 3일부터 실수요자에게 대출을 지원하고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가계대출 추가 대책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임대차 계약 갱신 때 대출 한도를 제한한다.
예컨대 전세대출 1억 원을 받은 사람의 전세보증금이 2억 원에서 2억5,000만 원으로 증액됐다면 △증액 보증금 5,000만 원 또는 △(2억5,000만 원의 80%)-(기존 대출액 1억 원) 중 낮은 금액으로 대출 한도가 결정된다. 이 경우 후자는 1억 원이므로 대출 한도는 5,000만 원으로 정해진다. 갭투자 등 투기성 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는 조건부 전세자금대출도 한시 중단한다.
대신 부동산담보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일시 면제해 대출을 빨리 갚는 사람에게 혜택을 준다. 자기자금으로 대출을 갚아야 하고, 재대출이나 타행 대출 갈아타기로 갚는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
하나은행도 이날 "다음 달 3일부터 주담대 모기지 보험((MCI·MCG) 가입을 중단하고, 다주택자 의 생활안정자금 주담대 연간 취급 한도를 1억 원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다주택자 중심으로 가계대출 수요 관리를 강화하고,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모기지 보험 제한은 주담대 한도 축소 효과가 있다.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대책을 쏟아낸 것은 이 원장의 금리 쓴소리가 나온 다음 날(26일)부터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이 △생활안정자금 주담대 한도 제한 △모기지 보험 가입 제한 등을 담은 안을 내놨고, "실수요자 중심의 자금 공급을 유지하되 투기 및 부동산 가격 부양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각 은행이 다양한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은행장들 논의도 같은 날 공개됐다.
일찌감치 대책을 발표한 신한은행은 26일부터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및 모기지 보험을 중단한 상태다. 채찍질은 계속되고 있다. 금감원은 전날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가계대출 잔액이 올초 각 은행이 제출한 목표치를 넘어섰다고 지적하며 대출 행태를 더욱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