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이 장기적 울분 상태, 공정성에 대한 목마름

입력
2024.08.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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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 절반이 장기적인 울분 상태에 놓여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부당하고 모욕적이며 신념에 어긋나는 스트레스 경험이 많다는 것인데, 독일의 같은 조사와 비교하면 세 배 이상이라고 한다. 꼭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사회정치 현안에 국민들은 높은 울분을 느끼고 있었다. 정치권과 정부가 가장 큰 책임감을 느끼고 부끄러워해야 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지난 6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전국 성인 남녀 1,024명) 결과를 보면, ‘장기적 울분 상태’로 평가되는 비율이 49.2%에 이르렀다. 9.3%는 ‘심각 수준 울분’을 보였으며, 특히 30대에서 13.9%로 심각한 울분 비율이 가장 높았다. 자신을 하층으로 인식하는 이들의 ‘장기적 울분 상태’는 60%에 이르렀다.

울분은 질병·사망·이별과 같은 슬픈 경험보다 공공기관이나 직장, 학교 등에서의 부당한 취급, 모욕 혹은 배신의 경험에 크게 좌우됐다. 최근 1년간 이런 ‘부정적 생애사건’을 하나라도 경험한 경우는 77.5%를 차지했다. ‘나는 기본적으로 세상은 공정하다고 생각한다’는 진술에 무려 71.9%가 비동의했다.

사실, 현실을 돌아보면 그다지 놀라운 수치라고 보기 어렵다. 부동산, 교육, 일자리 문제 등에서 계층 간 격차는 곪을 대로 곪았다. 정치권과 정부는 전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직접 겪지 않은 사회정치 사안에도 높은 울분(4점 중 3.53점)을 느낀다고 답했다.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 정부의 비리나 잘못 은폐, 언론의 침묵·왜곡·편파 보도, 안전관리 부실로 초래된 참사, 납세의무 위반이 수위를 차지했다. 1년이 넘도록 풀리지 않는 ‘채 상병 사건’, 서민과 사회초년생들을 울린 ‘전세사기 피해’, 많은 희생을 부른 ‘이태원 참사’ ‘아리셀 참사’ 등 국민을 울분에 차게 하는 사안은 차고 넘친다.

이 조사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4차례 진행됐는데 조사 때마다 우리 국민은 47.3~58.2%에 이르는 ‘장기적인 울분 상태’에 빠져 있다. 개인이 사회에서 겪거나 보는 부당함이 크다는 뜻이며, 이는 결국 제도적인 문제를 방치하고 오히려 불공정에 앞장서는 정치권과 정부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는 걸 정치인과 정부 인사들은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