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그냥 노래가 아닌 장르 그 자체
'가요'라고 흔히 불리던 대중음악은 이제 전 세계인에게 K팝이라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고 매년 음원수출액 기록을 깨는 거대한 산업이 되었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로 잘 알려진 '하이브'는 자산규모 5조 원을 넘겨 올해 엔터테인먼트 회사 최초로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K팝의 인기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으로 그리고 아랍권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아이돌 중심의 음악과 춤에 대한 인기가 아닌 우리 콘텐츠 전반으로의 인기몰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가 실시한 '2024년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해 '마음에 든다'는 호감을 가진 사람은 전체 응답자 중 68.8%에 이르며, 한국 문화콘텐츠 접촉 후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비율은 66.1%에 달한다. 특히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로 K팝을 가장 많이 꼽고 있어 2017년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조사되고 있다.
10여 년 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에 진입한 이래, 국내 가수들의 빌보드 진입은 그리 놀랄 뉴스가 아니며 보고 듣고 즐기는 음악을 넘어 거대한 콘텐츠 산업을 이끄는 것이 바로 K팝이다.
차별화된 콘셉트를 위한 보이지 않는 손, A&R 기획자
세계인들이 K팝에 열광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누군가는 K팝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든 요소가 담긴 결정체여서 그렇다고도 하며, 누군가는 아이돌의 뛰어난 외모, 보컬, 칼군무라고도 하며, 누군가는 정체성을 드러내는 패션, 혹은 잘 짜인 마케팅으로 무장한 독특한 세계관 때문이라고도 한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는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치열함 때문이라고도 한다.
최근 아이돌의 앨범을 구입해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CD만이 아닌 포토카드, 메시지카드를 비롯한 수십 종의 구성품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며 구성품 소장을 위해 여러 장의 앨범을 구매하는 팬도 부지기수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차별화되면서도 독보적인 콘텐츠로 우뚝서게 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하는데 그 시작은 바로 'A&R 기획자'라고 할 수 있다.
A&R은 Artist(아티스트)와 Repertoire(레퍼토리)의 약자로 하나의 음반을 제작하기 위해 전체적인 콘셉트를 기획하고 가수를 발굴하고 이에 어울리는 곡을 찾고 안무, 헤어, 의상, 메이크업 등을 비롯해 앨범아트, 굿즈 제작, 홍보에 이르기까지 앨범과 가수와 관련한 콘텐츠와 상품 전반을 기획하고 발굴하는 일을 한다.
뉴진스의 음악과 콘셉트를 기획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직업이 바로 'A&R 기획자'이다.
음악 비즈니스 직업은 점차 늘어나
다양한 대중음악 산업의 발전을 먼저 경험한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A&R 기획자'의 영역이 점차 세분화되는 추세이다. 재능 있는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A&R Representative(대리인), 신인 아티스트와의 계약이나 협상을 주로 담당하는 A&R Manager(매니저), 그리고 가수나 음악가를 발굴해 육성하고 음반기획과 제작 전반을 총괄하는 A&R Director(감독)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전문분야를 중심으로 활동할 전망이다. 시장이 커질수록 전문성 역시 더 촘촘한 경계로 구분되는 여타의 산업과 다르지 않다.
팬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팬 마케터, 유튜브 등 플랫폼에서의 유통을 담당하는 전문가, 음악분야의 회계와 재무를 전문으로 다루는 회계사, 음원 계약과 저작권 등록을 담당하는 지식재산권 전문가 등 세계를 무대로 한 K팝을 비롯해 폭넓은 국내 팬덤을 가진 트로트 장르에 이르기까지 음악을 뿌리로 무성한 직업의 가지가 뻗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