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고조된 의정갈등과 관련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의대 정원 증원 유예론'에 힘을 실었다. 정부가 여당 대표의 제안마저 거절할 정도로 해법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당정갈등을 통해 벌어진 균열을 통해, 정부여당이 가진 한계를 부각하기 위한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가 의대 정원 감축 얘기를 하고 (증원을) 유예하자 했다"며 "현 상황에서 의료 붕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안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의료대란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 대표의 제안을 적극 두둔하면서 정부를 향해 각을 세운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으로 6일 만에 복귀한 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당초 원고에 없던 내용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누구를 편들기 위한 차원이 아니다"라고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으면서 "정부가 여당 제안마저 저렇게 일언지하에 뿌리쳐 버리는데 이 상황을 누군가는 수습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이 대표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당 내부에서는 정부를 향해 증원 규모와 추진 방식을 문제 삼았던 만큼, 한 대표 제안에 대한 이 대표의 엄호가 일관된 맥락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이번 여야 대표 회동 실무 준비 단계에서 의대 증원 유예를 먼저 제안했다고도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당 안팎에서는 의대 증원 문제를 통해 드러난 당정갈등을 통해 제1 야당의 존재감을 적극 부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게 제기된다. 당정갈등이 불거질수록 민주당 입장에서는 대안 세력으로 면모를 드러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인다. 동시에 여의도 권력에 대한 이 대표 독점에 대한 부담도 다소 덜어낼 수 있다는 이점까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셈법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자체 대안도 준비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이날 "(의대 정원) 2,000명 근거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10년간 목표를 좀 분산할 수도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증원 조정 등 '속도조절론'을 중심으로 그간 당에서 강조해온 필수·지역의료 문제에 대한 해법이 포함된 대안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29일 당내 의료대란대책특위를 발족해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