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수사’ 관행이 위헌?... 미국 특검, 트럼프 기밀 유출 소송 기각에 항소

입력
2024.08.27 18:19
“판사가 죽인 기소 살려 달라” 촉구
혐의 유무죄 다루지 않은 점도 문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밀문서 유출·불법 보관 혐의로 재판에 넘긴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특검 자격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판사의 소송 기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했다. 수십 년간 통용되고, 법원도 적법성을 인정해 온 관행이 무시됐다는 게 스미스 특검 주장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스미스 특검은 이날 조지아주(州) 애틀랜타 연방 항소법원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등 혐의에 대한 40건의 기소를 되살려 달라는 내용의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플로리다주 남부법원 에일린 캐넌 연방판사는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이었던 지난달 15일, 스미스 특검이 헌법상 절차인 상원 인준 없이 임명됐다는 점을 들어 ‘사건을 이끌 권한이 없다’며 유무죄를 아예 다루지도 않고 소송을 기각했다.

스미스 특검은 항소장에서 “법무장관의 특검 임명은 연방법에 근거하고 있다”며 “(캐넌 판사의 기각 결정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임명 관행과 맞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또 “(플로리다) 지방법원 논리는 법무부의 오랜 운영 전통을 흔드는 것은 물론 행정부 전체에 걸친 수백 건의 임명에 의문이 제기되도록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캐넌 판사의 판단에는 미국 언론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WP는 “충격적인 결정”이라고 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폭탄선언 같은 의견”이라고 표현했다. WSJ는 “해당 결정이 유지되면 법무부가 커다란 정치적 권력을 쥔 인물을 수사할 때 이해관계 상충을 피하려고 오랫동안 의지해 온 메커니즘의 미래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석연치 않은 구석은 소송 기각 전부터 있었다. 혐의는 복잡할 게 없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난 뒤 미국의 핵 프로그램, 외국의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가능한 보복 계획 등 민감한 국가 안보 정보가 포함된 기밀 자료를 고의로 반출·보관하고 정부가 이를 회수하려는 노력을 방해하기도 했다는 게 특검 주장이었다. 그런데도 캐넌 판사의 감독하에서 재판 절차 진행 속도가 지나치게 더디다는 지적이 전문가들로부터 나왔다고 WSJ는 전했다. 캐넌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막바지인 2020년 임명했던 인사다.

기밀 유출 소송 기각은 11월 대선 전 판결을 피하기 위해 시간을 끌려는 의도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례에 비춰 항소법원은 결정을 뒤집을 공산이 크다는 이유다. 스미스 특검이 기소한 또 하나의 트럼프 전 대통령 형사 사건인 2020년 대선 결과 전복 시도 사건 재판에 캐넌 판사의 판단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게 WP 설명이다. 이 사건 재판장인 워싱턴DC 연방법원 타냐 처트칸 판사는 재판 절차의 조속한 진행에 적극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