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의료개혁을 시작한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성공적인 개혁을 위해 20조 원 이상을 쏟아붓는다. 의대 증원에 따른 교수와 교육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늘어난 의대생을 필수의료 분야로 유도하기 위해서다. 필수의료 전공의들에게는 수련 비용과 수당을 지급하고 필수의료 기피 이유로 지적되는 의사들의 배상보험 보험료도 지원한다. 지방의료원의 고질적 문제인 낡은 시설과 장비 현대화에도 나선다.
27일 국무회의에서 2025년도 정부 예산안이 확정된 뒤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확충, 지역의료 복원에 5년간 20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재원은 국가 재정 10조 원과 국민건강보험 재정 10조 원이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는 우선 국가 재정으로 2조 원을 편성했다.
복지부는 전공의와 의대 교육 지원에 8,000억 원을 투입한다. 그중 4,000억 원은 필수과목 전공의 수련 비용 및 수당 지급을 위한 예산이다. 올해는 소아청소년과만 지원하는데 내년부터는 소아과를 포함해 내과, 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등 8개 과목으로 지원을 확대한다. 교육부도 의대 증원에 따른 교수 채용과 교육시설 확충에 4,000억 원을 배정했다.
복지부는 필수의료 확충에도 3,000억 원을 지원한다. 소아 진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현재 12개에서 14개로 늘리고, 평일 야간과 휴일에도 운영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은 45개에서 93개로 확대한다.
생명과 직결된 의료장비도 확충한다. 감염병 환자 이송에 필요한 음압구급차를 현재 14대에서 56대로, 응급헬기는 9대에서 10대로 늘린다. 응급헬기는 출동수당 30만 원도 신설한다. 소아암센터 5곳의 장비 확충에는 25억 원을 투자하고, 179억 원을 들여 양성자 암치료기를 도입한다.
지역의료 복원에는 6,000억 원을 편성했다. 그중 권역책임·지역거점병원의 시설과 장비를 현대화하는 데 3,000억 원이 쓰인다. 지방의료원들은 수도권에 비해 낡은 장비를 운용해 의료진과 환자 모두 불만이 많았다. 지방 의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지역필수의사제' 관련 예산도 처음 반영했다. 지역필수의사제는 계약에 기반해 장학금·수련비·거주비를 지원받은 의사가 일정 기간 지역에서 근무하는 제도다. 이외 중앙-권역-지역센터 협진 활성화에는 1,000억 원이 사용된다.
의료사고 안전망과 연구개발(R&D) 지원에도 3,000억 원을 투입한다. 산부인과 의사들의 산과 기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분만 사고 보상한도는 3,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높이고, 고난도 의료 행위로 의료소송 피소 가능성이 큰 의료진에게는 배상보험 보험료를 지원한다.
한편 의료개혁 예산을 포함한 복지부의 내년 예산안은 125조6,565억 원으로 보육 예산을 제외한 올해 예산(117조445억 원)보다 7.4% 늘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복지부 예산 증가율은 정부 전체 예산안 증가율(3.2%)보다 2배 이상 크고, 전체 예산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7.8%에서 18.6%로 상승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약자복지 강화, 저출생·고령화 대응, 의료개혁 완수 등 국민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국가의 본질적 기능에 역점을 두고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