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잠룡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고리로 정책적 교집합을 넓혀가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 문제로 난색을 표한 한동훈 대표나 정부 측 주장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셈인데, 당 내부에서는 '비윤·반한' 전선이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오 시장은 27일 나 의원실이 주최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문제와 해결책은' 세미나 참석을 위해 9개월 만에 국회를 찾았다. 오 시장과 나 의원이 해당 주제에 호흡을 맞추는 것은 국가적 어젠다인 저출생 문제해결과 직결돼 있다는 판단과 동시에 대선주자로서 다른 여권 인사들과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필리핀 가사관리사 도입에 앞장선 오 시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고용노동부·법무부 등을 겨냥해 "앉아서 부작용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에 함께 지혜를 모으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나 의원 역시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헌법상 평등권과 배치된다'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겨냥해 "헌법상 평등은 무조건적 평등이 아니라 합리적 차별은 가능한 것"이라며 "김 후보자가 헌법 위반이 아니냐고 했지만, 충분히 윈-윈(win-win)하는 제도를 만들 수 있고 헌법에 위반되지 않게 구성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나 의원은 "오 시장이 고용부와 행정적으로 논의한다면, 저는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들과 열심히 소통하겠다"고 역할 분담론까지 제안했다.
오 시장과 나 의원의 입장은 한 대표와도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한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토론회에서 "외국인에게 최저임금을 차등지급하는 것은 ILO 차원의 문제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이날 관련 질문에 "E7 비자를 활용한다든지 충분히 준비한다면 ILO 협약과 충분히 양립 가능하다"며 "현행 법령에 위배되지 않고 얼마든지 저렴하게 그분들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기 때문에 당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이날 세미나 참석에 대해 "나 의원과 정책적 교집합을 넓혀가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당 내부에서는 여권 잠룡 중 맨 앞에 있는 한 대표를 향한 일종의 연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대권을 목표로 하는 오 시장과 서울시장을 노리는 나 의원이 전략적 연대를 모색하는 차원으로 보인다"며 "민감한 정책 이슈를 통해 한 대표와 정책적 차별화가 존재감을 발휘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