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폭로' 서지현 "2년 전 디지털 성범죄 지옥문 경고... 국가는 뭐 했나"

입력
2024.08.27 15:00

2018년 검찰 내 성비위 사건을 폭로한 서지현 전 검사가 최근 확산 중인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범죄와 관련해 "'디지털 성범죄의 지옥문이 열려있다'며 대책 시행을 촉구한 지 2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국가는 무엇을 했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서 전 검사는 27일 페이스북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딥페이크 범죄 등 디지털 성범죄로 수많은 피해자가 고통받고 있다. 법무부는, 국회는, 국가는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너무나 늦었다"고 경고했다.

서 전 검사는 2021~22년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 태스크포스(TF)' 팀장을 지냈다. 당시 정부는 2018년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모색하는 TF를 운영했다. 서 전 검사는 "60여 개 관련 법률조항을 제안했던 TF를 법무부는 임기 도중 강제 해산시켰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서 전 검사는 2022년 5월 법무부의 일방적인 TF 해산 및 인사 명령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서 전 검사는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TF에서 제안했던 내용 중 (딥페이크 범죄의) 신속한 수사와 차단·삭제를 위해 당장 필요한 내용을 다시 공유한다"고 했다. 그가 정리한 TF의 제안은 △텔레그램의 수사 비협조 시 앱스토어에서 앱 삭제 △신속한 증거보전을 위한 '피해 영상물 보전명령' 신설 △추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응급조치' 신설 △다크웹 등 수사를 위한 기술적 조치 개발 및 전문인력 배치 등 시스템 구축 △피해자 원스톱 지원방안 마련 등이었다. 서 전 검사는 게시글 끝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국가도 공범이다'라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정부는 10대를 중심으로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딥페이크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강력한 수사 의지를 비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누구나 이런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관계 당국에서는 철저한 실태 파악과 수사를 통해 이런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아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같은 날 긴급회의를 소집해 홈페이지에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 신고 전용 배너를 신설하고, 피해 사례 모니터링 요원을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를 통해 적극 수사 의뢰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장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