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의 얼굴 사진을 나체 이미지 또는 영상에 합성하는 딥페이크(인공지능 활용 이미지 합성) 범죄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 외신에도 소개됐다.
싱가포르 유력 일간지 '스트레이츠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한국 청소년 사이에서 만연한 딥페이크 범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비디오 기술 발전으로 한국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기술에 정통한 한국 청년들은 딥페이크 기술을 사용해 동의 없이 다른 사람, 특히 동료의 성적 이미지를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보도는 주로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한 딥페이크 및 디지털 성범죄 현상을 다뤘다.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우선 딥페이크 범죄가 젊은이들에게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사실을 숫자로 소개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허위영상물 성범죄 가해자 120명 중 91명(75.8%)이 10대였다고 설명했다. 20대는 24명(20%), 30대 4명(3.3%), 60대 1명(0.8%) 순이었다. 그러면서 2022년에는 딥페이크 범죄가 156건 발생했으며, 유죄 판결의 61%가 청소년이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딥페이크 관련 범죄 건수와 10대의 범행 비율 모두 상승세라고 진단했다.
매체는 국내 젊은층이 저지른 딥페이크 성범죄의 구체적인 사례도 전했다. 지난 21일 부산 소재 중학생 4명이 딥페이크 기술로 학생 18명과 교사 2명의 얼굴을 사용한 딥페이크 제작물을 공유한 사건을 소개했다. 제주 소재 국제학교의 10대 학생들이 여학생 최소 11명의 얼굴을 활용해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든 사건도 사례로 나왔다. 이어 "피해자를 괴롭힐 뿐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허위영상물이) 만들어지기도 한다"며 국내 딥페이크 성범죄의 특징을 소개했다.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아울러 국내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이 사실상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고도 전했다. 사촌의 사진을 딥페이크 기술로 조작해 모바일 메신저 앱에 공유한 한 청년이 당초 징역 2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받은 예시를 들며 "딥페이크 기술 사용 혐의로 처벌받는 청소년이 늘고 있으나 처벌이 무거운 경우는 드물다. 미성년자 처벌이 일반적으로 더 가볍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올 들어 한국의 딥페이크 성범죄가 외신에 주목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프랑스 르몽드는 지난 3월 "온라인상 합성 음란물이 한국에서는 수년 전부터 문제였으며 이미 일상적인 일이 됐다"며 "오랫동안 '몰카 공화국'으로 불린 한국은 이제 '딥페이크 공화국'이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