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3년 차 예산안은 재정건전성을 표방한 '긴축재정'에 방점이 찍혔다.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3.2% 늘어난 677조4,000억 원 규모로 내년 물가상승률(정부 추산 2.6%)을 소폭 웃돌지만, 정부의 경상성장률 전망치(4.5%)를 밑돈다. 허리띠를 바짝 조여 정부 씀씀이를 줄이겠다는 것인데, 세입 기반이 확충되지 않는 상황이라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2025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한 27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정부가 5년 동안 400조 원 이상의 국가채무를 늘려 재정 부담이 크게 늘면서 (이번) 정부가 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됐다)"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 비효율적인 부분은 과감히 줄이고 꼭 써야 할 곳에 제대로 돈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지시대로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재정준칙 3% 상한'을 간신히 맞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019년(2.7%) 이후 6년 만에 2%대로 묶은 2.9%(적자 규모 77조7,000억 원)로 잡고, 2%대 관리 방침을 천명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뺀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준다. 통상 '3%(재정준칙 한도)'가 되면 재정건전성이 위험하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 시기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확장재정 정책을 펼쳐, 이 비율이 5%대를 기록한 바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정부가 허리띠를 더 졸라맬 수밖에 없는 건 '세수 펑크'가 2년 연속 유력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도 국세수입 예산을 382조4,000억 원으로 예상했다. 작년에 예상한 것보다 4.7%(18조9,000억 원) 하향 조정한 것인데, 작년(56조 원)에 이어 올해도 국세수입이 정부 예상보다 10조~20조 원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우선 정부가 ①내수 진작 해법으로 긴축 정책을 꺼내든 것에 대한 찬반이 팽팽하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 교수는 "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인데, 재정의 역할을 정부 스스로가 버린 셈"이라며 "경기가 어렵고 통화정책 운신의 폭이 좁을 땐 정부 부문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일반 정부부채 증가 속도는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빠른 상황"이라며 "세수 결손으로 재정정책을 활용해 경기를 부양할 여력이 없는 만큼, 재정보다 금리를 낮추는 통화정책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감세 위주 세법 개정과 재정건전성을 강조한 예산안의 부조화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기재부가 이날 발표한 2025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내년에 비과세·세액공제 등으로 깎아 주는 국세가 78조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예상된다. 그중 고소득자 몫이 16조7,000억 원으로 전체의 33.4%를 차지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긴축적 재정 운용에도 재정수지 적자가 70조 원이나 발생하는 이유는 윤 정부의 감세 조치로 내년 국세수입이 17조 원 줄어들기 때문"이라며 "감세와 재정건전성 두 마리 토끼는 동시에 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③재량지출 증가율이 0.8%밖에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는 공통적으로 나왔다. 정부는 공적연금처럼 마음대로 줄일 수 없는 의무지출에 손을 못 대니, 정책에 따라 쓸 수 있는 재량지출 증가율을 0%에 가깝게 만들었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 교수는 "재량지출을 줄이면 정부의 경기 대응력이 줄어 꼭 필요할 때 정책을 펼치기 어렵다"며 "의무지출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