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의 후회 "이제 선거 관련 기부 안 한다.... 정치적 중립 유지가 목표"

입력
2024.08.2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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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역할도 안 할 것" 선언
공화당과 관계 개선 노린 듯

"(선거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거나, '역할을 한다'는 인상조차 남들에게 주고 싶지 않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하 메타)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비롯한 연방 선거와 관련해 정치자금 기부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도 만들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출한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저커버그가 미국 연방 하원의 짐 조던(공화) 법사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을 입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해당 서한에서 앞으로는 '정치자금 기부'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얘기다.

저커버그는 2020년 미국 대선 국면 때에는 부인 프리실라 챈과 함께 약 4억 달러(약 5,316억 원)를 비영리단체에 기부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때문에 투표 파행 사태가 발생하거나 선거 공정성이 훼손되는 사태를 막고자 정상적인 선거 진행을 지원하는 단체에 거액을 기부한 것인데, 이로 인해 공화당 측으로부터 힐난을 받았다. 공화당은 저커버그 부부의 기부를 '민주당을 돕는 불공정 행위'로 규정했다. 저커버그의 이름과 벅스(bucks·'돈'을 뜻하는 단어)를 합친'주커벅스'라는 경멸적 의미의 조어로 그를 칭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은 저커버그에게 깊은 후회를 남긴 듯하다. 그는 서한에서 "어떤 사람들은 이 작업(기부)이 특정 정당에 유리하다고 믿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나의 목표는 정치적 중립 유지"라며 "그래서 이번에는 지난 선거 때와 비슷한 기부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커버그는 이와 함께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 차남 헌터의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게시물들을 페이스북에서 삭제한 것을 후회한다고도 고백했다. 2015년 헌터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 간부를 당시 부통령이었던 아버지에게 소개했다는 의혹은 '러시아의 정보 공작'이라는 민주당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게시물들을 내렸지만, 이후 러시아와는 관계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저커버그는 또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백악관 고위 관리들이 코로나19에 대한 풍자와 유머 글에 대해 검열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와 관련, 그는 "정부의 압력은 옳지 않다고 믿는다"며 "당시 좀 더 분명하게 정부 압력에 반대해야 했다고 후회하고 있다"고 썼다.

이번 서한 수신자가 공화당 소속 인사임을 감안하더라도 저커버그가 이처럼 노골적으로 백악관과 민주당을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화당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의도적으로 민주당과 거리 두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