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출신인 파벨 두로프(39) 텔레그램 창업자의 체포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사법부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태생인 두로프의 체포가 서방의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는 러시아 측의 강한 반발을 '적법한 절차'라며 일축한 셈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6일 엑스(X)에 "두로프 체포 이후 프랑스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있다. 수사의 일환일 뿐 결코 정치적 결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법을 집행하는 건 완전한 독립성을 가진 사법 체계에 달렸다"며 "체포는 (정부가 아니라) 판사의 결정"이라고 썼다.
그는 또 두로프의 체포가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지적에 대해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실제 생활과 마찬가지로 소셜네트워크에서도 시민을 보호하고 기본권을 존중하기 위해 법이 정한 틀 내에서만 자유가 행사된다"고 반박했다. 각종 범죄에 악용된 텔레그램 측이 이용자의 기본권 보호에 소홀했기 때문에 사법절차 개시가 합당하다는 취지다.
지난 24일 프랑스에서 체포된 두로프는 아동 포르노, 사기, 마약 밀매, 조직범죄, 테러 옹호 등 각종 불법 콘텐츠가 텔레그램 내에서 무분별하게 유포·확산하는 것을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 프콘탁테(VK)와 텔레그램의 사용자 정보를 넘기라는 러시아 정부와 갈등을 빚다 2014년 아랍에미리트(UAE)로 이주한 바 있다. 두바이로 본사를 옮긴 텔레그램은 강력한 보안성에 힘입어 이용자를 빠르게 늘렸다. 하지만 동시에 극단주의 콘텐츠나 가짜뉴스 확산의 주요 경로는 물론,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거셌다.
러시아 측은 여전히 강한 어조로 반발하고 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러시아 매체 RT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두로프의 인신을 구속하는 등 과도하게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국을 등진 두로프의 체포에 러시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텔레그램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주요 선전 도구로 쓰이는 등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 국가두마(하원) 부의장은 "두로프의 체포는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일 수 있고 텔레그램 이용자의 개인정보 접근권 확보에 이용될 수도 있다"며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