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26일 삼성 계열사의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비 납부에 대해 사실상 '승인' 결정을 내렸다. SK그룹도 현대차그룹에 이어 한경협 회비를 납부하면서 4대 그룹의 한경협 활동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후 준감위는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정례회의를 마친 후 "(한경협) 회비 납부 여부는 관계사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준감위는 삼성 계열사가 한경협 회비를 낼 때 준감위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권고했는데, 사실상 승인한 셈이다. 한경협에 합류한 삼성 계열사는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네 곳이다. 이들 계열사는 추후 준감위 권고안을 토대로 이사회 보고 등을 거쳐 회비 납부 여부와 시점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회의가 열리기 전만 해도 준감위가 '신중 모드'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이찬희 준감위 위원장이 "최고 권력자와 가깝다고 평가받고 있는 분이 경제인 단체의 회장 직무대행을 했다는 점과 임기 후에도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한경협이 근본적으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의지가 있는지 회의가 있다"며 김병준 한경협 고문을 직격하면서다. 정치인 출신인 김 고문은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을 맡았고, 지난해 8월 류진 한경협 회장의 취임 후 한경협에 고문으로 남아있다. 한경협은 곧장 "국민에게서 신뢰받는 경제단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준감위는 다섯 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삼성의 한경협 회비 납부를 사실상 승인했다. 다만 "앞으로 한경협에 납부한 회비가 정경유착 등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사용되지 않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즉시 탈퇴할 것 등을 관계사에 다시 한번 권고했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날 SK그룹도 지난주 한경협 회비를 납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원사는 이전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네트웍스에서 SK네트웍스 대신 SK하이닉스가 합류했다. LG그룹도 회비 납부를 놓고 내부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8월 삼성·SK·현대차·LG는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회원 지위를 승계하는 방식으로 한경협에 복귀했지만, 회비는 납부하지 않았다. 한경협은 3월 말∼4월 초에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420여 개 회원사에 회비 납부 공문을 발송했는데, 4대 그룹이 속한 제1그룹의 연회비는 각 35억 원이다. 7월 초 현대차그룹이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한경협에 회비를 납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