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현지시간) 독일 축제 현장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이 독일 극우 세력의 선거 캠페인에 활용되고 있다. 용의자가 테러 집단으로 분류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 관련 시리아 출신 불법 체류자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독일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은 다음 달 일부 주의회 선거에서 이번 사건을 고리로 이민자 및 이슬람 혐오를 조장하려 하고 있다.
25일 독일 타게스샤우 등에 따르면 독일 연방 검찰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 졸링겐에서 흉기로 3명을 살해하고 8명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용의자 A의 범행 동기와 관련 "외국 테러 조직인 IS와 이념을 공유하고 있으며, 본인 관점에서 이교도인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죽이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A는 목과 상체를 반복적이면서도 정확하게 찌르고자 칼을 사용했다"고도 덧붙였다. 용의자는 23일 범행 후 도주했다가 다음 날 붙잡혔다.
AfD는 이 사건을 정치적 호재로 보고 있다. 다음 달 1일 튀링겐주와 작센주, 같은 달 22일 브란덴부르크주 의회 선거에서 AfD의 핵심 가치인 반(反)이민·반이슬람 구호를 더 크게 외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과거 동독에 속했던 해당 지역에서 AfD는 이미 지지율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튀링겐주 AfD 대표인 비외른 회케는 검찰이 용의자 조사 관련 발표를 진행하기도 전 엑스(X)에서 졸링겐 사건을 거론하며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면 '강제적 다문화'라는 잘못된 길에 종지부를 찍자"고 말했다. '이민자로 인한 범죄가 비일비재하니 이민에 관대한 독일 문화를 바꾸자'는 취지다.
다른 정당들도 AfD에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보수 성향 기독교민주연합(CDU)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제 그만"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올라프 숄츠 총리에게 '시리아, 아프가니스칸 등에서 이주민을 그만 받자'고 촉구했다. 숄츠 총리는 후속 대책 논의 등을 위해 26일 졸링겐 사고 현장 방문 계획을 세웠다.
독일 연방 내무부가 칼을 활용한 범죄가 늘고 있다며 최근 제안한 '공공장소 칼 소지 규제' 강화 논의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활발해졌다. 현행법상 독일에서는 길이가 12㎝ 이상인 칼을 공공장소에서 휴대할 수 없는데 이 기준을 6㎝로 낮추자는 게 내무부 구상이다. 졸링겐에서 사용된 칼은 약 15㎝다.
이 밖에도 "공공장소 칼 휴대를 전면 금지하자" "지하철 등 특정 장소를 대상으로 표적 점검을 실시하자" "칼 휴대 여부를 불시에 검사할 수 있는 권한을 경찰에게 부여하자"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여야에서 쏟아지고 있다. 연방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칼 관련 상해 및 위협 사건은 8,951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