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일어난 방사선 피폭 사고로 부상을 입은 직원의 손에서 기준치의 188배를 초과한 방사선 피폭이 확인됐다.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이 직원은 손가락 절단 가능성까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직원 역시 전신에 기준치를 넘는 방사선 피폭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초기 회사와 원자력안전당국의 대응이 적절했느냐에 대힌 의문이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중간조사 내용을 공개했다. 피폭된 인력 2명은 지난 5월 해당 사업장에서 방사선 발생장치를 정비하던 중 방사선 차폐체를 개방했는데, 방사선 방출을 막아야 할 안전장치(인터락)가 배선 연결 오류로 제 역할을 못 하면서 피폭됐다.
원안위가 개인별 피폭 시나리오를 분석해 재현실험과 확률론적 선량평가 등을 실시한 결과, 작업자 A씨와 B씨의 피부(손)에 대한 '등가선량(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정도)'이 각각 94시버트(㏜), 28㏜로 조사됐다. 작업종사자의 안전 기준인 선량한도(연간 0.5㏜)를 각각 188배, 56배나 초과한 수치다.
인체 전체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는 전신 유효선량은 A씨가 15밀리시버트(m㏜), B씨가 130m㏜로 나타났다. 전신 유효선량 한도는 연간 50m㏜로, 100m㏜가 넘는 방사선량에 노출되면 생애 암 발생률이 0.5%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건 당시 A씨는 장치에 손을 집어넣고 있었고, B씨는 휴대폰 촬영을 하고 있어 두 사람의 피폭량이 다르게 나타났다고 원안위는 설명했다.
이들은 사고가 난 다음 날 피폭 부위의 홍반·부종 증상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원안위는 작업자들 증상을 설명하면서 악화할 가능성을 언급하진 않았다. 그러나 손에 94㏜ 피폭을 입은 작업자 A씨는 현재 입원 치료 중으로, 손가락을 절단해야 할 가능성까지 언급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졌다.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을 지낸 원자력 의학 분야 전문가는 "방사선 화상은 처음에는 (증상이) 안 나타나다가 점차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피폭 이후) 처음부터 홍반·부종이 나타났다면 앞으로 진행이 심각할 거라 예측됐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원안위가 방사선 피폭의 이런 특성을 감안해 철저히 대응했는지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원안위는 이날도 "피폭자 2명에 대해 혈액과 염색체(DNA) 이상 여부 검사 결과는 두 차례 모두 정상으로 확인됐으나,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작업자 B씨는 증상이 비교적 심각해지지 않아 현재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해당 전문가는 A씨에 대해서도 "섣부르게 절단이나 이식을 하면 안 되고, 철저한 평가와 시뮬레이션을 통한 (치료)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원안위는 사고 이후 최근 3년간 정비 이력을 가진 사람들과 사건 당시 인근 일반 작업자에 대해서도 건강진단을 실시했는데, 추가 피폭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사고의 원인이 된 장비는 사용정지 명령을 내렸고, 사업장 내 동일 장비는 정비를 중지했다고 설명했다. 원안위는 또 장비 사용 기록과 정비 이력을 토대로 인터락 배선이 왜 잘못 연결돼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삼성전자 방사선안전관리 특별점검을 실시해 모든 사업장의 인터락 작동 여부를 점검했다.
원안위는 다음 달 말쯤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때 법령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행정처분을 추진하고, 삼성전자 측이 마련한 재발방지 대책 중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이날 중간조사 공개 직후 삼성전자 측은 "남은 관계당국 조사에 최대한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