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숙객 7명이 숨진 경기 부천 호텔 화재의 발화 원인으로 에어컨 누전이 추정되는 가운데 최근 5년(2020~2024년) 동안 발생한 에어컨 화재가 1,314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에어컨에서 발화한 화재는 2020년 221건에서 2021년 255건, 2022년 273건, 지난해 293건으로 해마다 늘었다. 올해도 전날까지 272건이 발생, 2022년 전체 건수에 육박했다.
최근 5년 중 에어컨 화재가 가장 빈번했던 지난해의 경우 79.8%(234건)가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생했다. 전기적 요인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접촉 불량에 의한 단락'이 29.0%(68건)로 가장 비중이 높았고, 이어 '절연 열화에 의한 단락' 25.6%(60건), '전선에 붙은 습기나 이물질이 원인이 되는 트래킹에 의한 단락' 5.9%(14건), '과전류 등' 3.8%(9건) 순이었다. 에어컨 화재는 주로 장시간 켜 놔 과부하가 걸리거나 먼지 등 이물질이 노후된 전선과 결합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지난 22일 일어난 부천 호텔 화재의 발화 열원으로 불이 시작된 810호(7층) 객실에 설치된 벽걸이형 에어컨을 지목했다. 실제 불이 나기 직전 810호에 들어갔던 투숙객이 에어컨 쪽에서 '탁탁' 하는 소리와 함께 타는 냄새가 난다며 호텔 측에 객실 변경을 요청했고, 6층 객실로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객실 변경 직후인 오후 7시 37분쯤 810호에서 복도 쪽으로 연기가 새어 나왔으며 2분 뒤 119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관계자는 "에어컨 스파크가 침대 매트리스 등으로 옮겨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는 합동 감식 보고서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재는 22일 오후 7시 34분쯤 부천 원미구 중동 호텔에서 발생해 7명이 숨지고, 12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2004년 준공된 호텔 건물의 객실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데다 복도가 좁고 창문이 작아 연기 배출이 안 되면서 피해가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