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가계대출이 폭증하자 금융당국의 고심이 깊어졌다. 당국은 당장 9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를 시행하는 한편 추가로 가계대출의 공급과 수요를 모두 억제하는 대책을 검토 중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을 줄이는 방안으로 DSR 적용 범위 확대와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등을 논의하고 있다.
9월 1일부터 DSR 2단계 시행으로 차주의 주담대 한도가 다소 줄어들지만 시장에선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DSR 2단계 시행으로 영향을 받는 대출 규모는 전체 은행권 주담대의 6.5%로 예상된다. 기존 DSR 비율 37~40% 수준의 차주만 일부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DSR 적용 범위를 현재 40%에서 35% 낮추는 등 대출 한도 자체를 낮추고 전세대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2분기 기준 신규 가계대출 126조 원 가운데 DSR 적용 대출은 33조 원으로 비중이 27%에 그쳤다. 전세대출이 DSR 계산에 제외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전세금의 80~90% 수준의 대출이 손쉽게 나오다 보니 서울 핵심지에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를 하고 전세대출을 받아 생활하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이에 당국은 1주택자가 추가로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 이자 상환분을 DSR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은 "전세대출은 갭투기에도 이용돼 불로소득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며 "DSR을 적용해 무분별한 대출 남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DSR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가계대출 수요를 줄이는 방안이라면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은 은행의 대출 공급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주담대에 적용하는 위험가중치는 2022년 기준 평균 15.2%인데 이를 20% 이상으로 올리는 것이 검토된다. 은행의 건전성 기준인 BIS 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위험가중자산이 커질수록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진다. 현재 주담대에 대한 위험가중치는 기업 대출(45%), 자영업자(28.8%), 개인(26.6%) 대비 크게 낮아 은행들이 주담대를 확대할 유인으로 작용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BIS 비율에 영향이 있는 만큼 위험가중치를 손볼 경우 은행들이 주담대 규모를 상당히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국에서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내놓을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급증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금융당국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강화나 주담대 거치 기간 폐지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년 7월 예정인 스트레스 DSR 3단계를 앞당겨 시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대출 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가계대출 총량을 억제해 왔던 은행들도 본격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날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시중은행장들과 가계부채 관리 대응방향을 논의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자금공급을 유지하되, 공급되는 자금이 갭 투자 등 투기수요나 부동산 가격 부양 수단 등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각 은행 자율적으로 다양한 조치들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29일부터 최장 50년(만 34세 이하)인 주담대 기간을 수도권 소재 주택에만 30년으로 축소하고,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갭투자를 막기 위해 '조건부 전세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다음 달 2일부터 다주택자의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기존 2억 원에서 1억 원으로 축소하고, 조건부 전세대출을 제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