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성급한 '해리스 대세론'

입력
2024.08.27 04:30
27면
미국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지난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 후보로 최종 확정되었다. 해리스의 입장에서 70일 정도 남은 선거를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았다.

첫째,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해야 한다. 미국의 선거인단제도는 인구가 적은 주가 과대 대표되는데, 이들 주는 대개 공화당 지지세가 커서 해리스에게 불리하다. 1992년부터 총 8번의 대선 중 9·11 테러 이후인 2004년을 제외한 7번의 선거에서 전국 득표율은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보다 항상 높았다. 하지만 실제 승리는 민주당 5번, 공화당 3번이었다. 이번 대선에서 전국 지지율이 약간 우세한 것에 만족할 수 없는 이유이다.

둘째, 흑인과 여성에 대한 백인들의 거부감을 극복해야 한다. 현재 공화당의 대세가 된 '트럼프주의(Trumpism)'는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에 대한 거부감에서 시작된 티파티 운동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경제적 불만과 불안이 주요 원인이지만, 그 기저에 인종적 편견이 있다는 점을 많은 미국정치 연구자가 밝힌 바 있다. 또 한국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보수적인 미국 문화 때문에 여성의 사회 진출에도 한계가 있어왔다. 특히 정치인과 주요 공직자 중 여성의 비율은 선진 민주주의 중에서 형편없이 낮다.

셋째, 민주당에 불리한 여러 정책 이슈에도 구체적인 대안을 내어놔야 한다. 남부 국경관리 문제와 불법이민자 대처 방안은 일반 국민들이 느끼기에 안이하기 짝이 없다. 인플레이션 대책 등 경제정책도 디테일이 빠진 사탕발림 수준이다. 민주당에 유리한 여성의 임신중지권의 경우도 '트럼프가 당선되면 다 금지된다'는 협박만 있을 뿐이다. 공화당이 헤리티지 재단을 중심으로 무려 922쪽 분량의 '프로젝트 2025'를 만든 것과 대비된다.

넷째, 흑인과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최근 몇 번의 대선 투표율을 보면, 흑인은 백인에 비해 평균적으로 6%포인트 정도 낮고, 청년층은 노년층에 비해 평균적으로 28%포인트가량 낮다. 특히 6, 7개의 스윙 스테이트만 놓고 보면, 흑-백 그리고 노-청의 투표율 격차가 커질 때 공화당 후보가 이겼고 이 차이가 작을 때 민주당 후보가 이겼다.

최근 몇몇 여론조사에서 해리스가 트럼프를 이기는 결과가 나오면서 한국에서는 때이른 '해리스 대세론'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해리스가 승리하려면 아직 해야 할 일과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