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호텔 화재' 사고 당시 공기안전매트(에어매트)로 뛰어내린 투숙객 2명이 모두 목숨을 잃어 논란이 인 가운데, 에어매트 설치 장소와 설치된 상태 등에 문제가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설치 장소가 경사로인데, 경사로에 설치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평평한 곳에 설치해도 고층에서 떨어지면 생존확률이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소방당국은 부천 호텔 화재 당시 10층형 에어매트를 사용했다고 강조했지만, 염 교수에 따르면 고층 사용은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소방당국은 현재 5·7·10·15·20층형 에어매트를 운용하는데, 소방장비 인증을 주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은 여러 층형의 에어매트 중 15m 높이의 5층형 에어매트까지만 인증을 내준다는 것이다. 부천 호텔 화재에 사용된 에어매트는 인증받지 못한 제품이었던 셈이다.
화재가 발생한 호텔 건물은 약 30m짜리 9층(실제 8층) 건물이었다. 희생자들이 뛰어내린 곳은 8층 객실(실제 7층)로, 20m가 넘는 높이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높이에서 에어매트를 사용했다는 게 염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에어매트 성능 인증 및 제품 검사의 기술 기준에선 15m 이하만 사용하게 돼 있다"며 "에어매트에서 뛰어내렸을 때 가장 생존할 확률이 높은 정도의 층이 4~5층까지이고, 고층은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염 교수는 에어매트가 불량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외관상 하부가 부풀어 있고 사용 연한도 2배 이상 지났기 때문이다. 그는 "에어매트가 부푼 모습을 보면 바닥이 부풀어 평탄하지 않은 게 보인다"며 "하부가 평평하지 않으면 오뚜기처럼 배가 불러 기우뚱할 수 있어 에어매트가 뒤집힐 가능성을 높이고, 자체 불량일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염 교수는 이번에 사용된 에어매트가 18년 전인 2006년에 지급돼 사용 가능 기한 7년을 훨씬 넘긴 장비였다는 점도 주목했다. 그는 "소방에 에어매트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나 매뉴얼이 없어 7년까지 안전이 보장되는 걸 재심의해서 2배 이상 사용했다"며 "고무의 탄성이 당연히 줄고, 공기가 주입됐을 때 평평하게 주입되지 않거나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염 교수는 부천 호텔 화재와 같은 상황에선 1층으로 탈출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빠르게 탈출하는 게 가장 좋은데 연기가 급속하게 퍼지는 상황에서 탈출 시간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며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닫고 샤워기를 틀고 있던 투숙객은 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샤워기를 머리 위에 대고 물을 계속 뿌려 수막이 형성돼 유독가스 차단 효과가 분명히 있었다"면서도 "화장실은 보통 숙소 가장 안쪽에 있고, 창문이 없어 고립될 가능성이 높아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