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11월 대선에서 맞붙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앙 정치 경력 차이만큼 ‘이너 서클’(핵심 측근 세력) 구성도 판이하다.
해리스의 중앙 정치 경력은 10년이 안 된다. 캘리포니아주(州) 검사 경력을 토대로 연방 상원의원이 된 시기가 2017년이다. 그래서 정치 거물들처럼 ‘사단’을 꾸릴 만한 오랜 보좌진 자원이 없다. 동생이 포함된 가족 그룹, 워싱턴 정가에서 자신의 연착륙과 성장을 도운 민주당 베테랑들에게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족 그룹에서는 친동생 마야 해리스와 제부 토니 웨스트, 남편 더그 엠호프가 핵심 참모 역할을 하고 있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마야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2016년 캠프에서 정책을 담당한 데 이어 2020년 대선 때 해리스 부통령 후보 캠프 의장으로 일했다. 그의 남편 웨스트는 검사 출신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법무부에서 차관보로 재직했다. 공직을 마친 뒤 차량 공유 플랫폼 우버의 법률 담당 선임 부회장으로 재직하다 현재 휴직 중이다. 연예계 전문 변호사로 약 30년간 활동한 엠호프는 배우자의 백악관 입성 뒤 변론을 중단하고 외조에 힘을 쏟고 있다.
워싱턴 그룹에서는 60대 중반 여성 정치 참모인 로레인 볼스 부통령 비서실장이 최측근으로 꼽힌다. 1984년 민주당 월터 먼데일 대선 후보 캠프에서 경력을 시작한 그는 1993~1997년 앨 고어 당시 부통령 공보국장, 2006~2007년 힐러리 클린턴 당시 상원의원 공보국장 등을 거쳤고 2022년 5월 비서실장에 기용됐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 행사를 총괄한 흑인 여성 미니언 무어도 정무 담당 핵심 참모다. 볼스 비서실장과 ‘투톱’으로 통한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정무국장 등을 지냈고,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재임(2011~2017년) 때부터 해리스를 알고 지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해리스가 중대 결정을 내리기 전 무어의 견해를 묻는다고 전했다.
외교·안보 분야 최측근은 필 고든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이다. 유럽·중동 전문가로 해리스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제부 웨스트의 입각도 점쳐진다. 해리스가 참모진과 내각에 유색인종·여성·청년 등을 다양하게 기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트럼프 대선 캠프 이너 서클의 상당수 인사는 2016년 대선 또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참모진으로 일했던, ‘검증된 충성파’다. 지난달 WSJ는 무질서했던 집권 1기 때와 달리, 작지만 안정적으로 트럼프 측근 보좌진이 꾸려졌다고 평가했다. 스티븐 청 캠프 대변인, 댄 스캐비노 전 백악관 부실장 등이 오랜 참모 그룹이고,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수지 와일스와 크리스 라시비타도 새로운 실세로 꼽힌다.
가족 그룹은 역할이 바뀌었다. 장남 도널드 주니어와 차남 에릭이 공식 석상에 자주 나온다.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 때도 두 아들이 연사로 나섰다. 반면 1기 행정부 당시 핵심 역할을 맡았던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현재 선거운동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2기 행정부 때 요직에 발탁될 것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백인, 남성, 충성파, 포퓰리스트라는 특징이 있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가 지난달 말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