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싸움이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를 응원하는 일본인과 한국인, 세계 모든 사람과 함께 처리 오염수 방류를 막을 겁니다."(가이도 유이치 변호사)
일본 정부가 안전성 논란에도 지난해 8월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바다 환경은 물론 인체에 해롭다는 우려가 여전하다"며 지금이라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요구의 중심에는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처리오염수 해양투기금지 소송 변호인단'이 있다. 오염수 해양 방류 1년을 앞둔 지난 22일 일본 도쿄공동법률사무소에서 만난 변호인단 공동 대표 가이도 변호사는 "아이들에게 오염된 생선을 먹이고 싶은 부모가 세상에 어디 있겠나. 말이 안 되는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니 깃발을 든 것"이라고 밝혔다.
가이도 변호사를 포함해 20명의 변호사와 후쿠시마현 및 인근 지역 주민, 일본 어민 360여 명은 지난해 9월 후쿠시마지방재판소에 오염수 방류 중단 요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올해 3월 4일 1차 구두 변론, 6월 13일 2차 변론이 각각 열렸다. 원고들은 재판 때마다 단체 상징색인 바다색 옷을 입고 법원 주변을 돌며 "바다를 지켜 달라"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고립돼 싸워야 한다"는 토로가 나온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안전하다'는 대대적 홍보 탓에, 일본 사회에서 오염수(일본명 '처리수')는 점차 금기어가 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지난 24일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오나하마 어시장을 찾아 해산물을 시식하며 '안전한 먹거리'라고 강조했다.
문제를 제기하면 곧장 비난의 화살이 돌아온다. 가이도 변호사는 "우리는 일본에서 '유언비어 가해자'로 불린다"며 "바다를 지키려고 반대하면 지역 부흥에 반대하는 '적'이 된다"고 씁쓸해했다. 일본 정부 인사가 6월 2차 변론 때 대놓고 "원고는 소를 제기할 자격이 없다. 각하가 맞다"고 주장했을 정도다.
그러나 가이도 변호사는 지난달 18일 희망을 품게 됐다. 소송 비용 충당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는데, 두 달 만에 목표액의 2배 이상인 1,045만 엔(약 9,600만 원)이 모였다. 그는 "일본인들이 오염수 문제에 단기간에 큰 호응을 보내 준 것은 엄청난 일"이라고 강조했다.
가이도 변호사는 보답을 위해 10월 1일 3차 변론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알프스를 거쳐도 방사성 물질이 남고, 바다를 어떻게 오염시키는지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트리튬) 농도를 크게 낮췄다고 하지만, 스트론튬90과 탄소14도 큰 문제"라며 "알프스 처리로도 제거가 힘든 방사성 물질이어서 해산물에 축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이도 변호사는 한국 환경단체, 변호사들과 연대하며 전선을 확장하고 있다. 오는 27일 한국 원전 전문가들과 온라인 회의를 통해 재판 및 여론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뿐이 아니다. 다음 달 2일에는 북마리아나제도 전문가들과도 만난다. 그는 "글로벌 연대가 강화되면 오염수 문제를 바라보는 일본인들 시각도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한국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야당 주도로 한국 정부가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손해배상을 요구할 경우엔 판세를 뒤집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이도 변호사는 "정치적으로 보자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지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체결국으로, 한국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국제해양법 위반으로 판단하면 소송을 낼 수 있다. 그는 "유엔 해양법협약에는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해양 보호를 위해) 방류를 채택해선 안 된다'고 나온다"며 "일본 정부가 이를 어긴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