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 약속한 간호법 제정, 미뤄져선 안 된다

입력
2024.08.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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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 등 주요 민생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했지만 시급한 간호법 제정안 처리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앞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원내지도부 접촉을 통해 간호법을 비쟁점 법안으로 처리키로 합의해놓고, 진료 범위 등 세부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간호법은 지난해 4월 야당이 단독통과시켰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없던 일이 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의사와 간호사 등 직역 간 갈등이 극심하게 커져 의료현장의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 의료공백이 장기화하자 정부·여당이 입장을 바꿔 진료보조인력(PA) 합법화를 위한 간호법을 재추진하게 된 것은 고무적이다.

간호법의 핵심은 2월 전공의 집단사직 후 의료공백을 메우고 있는 PA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있다. 여당안은 간호사 업무 범위를 법률에 명시하고 있는 반면, 야당안은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도록 한 차이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결국 PA간호사가 자격을 인정받은 분야에서 의사의 포괄적 지도나 위임하에 진료 지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다르지 않다. 이들은 진료현장에서 ‘전담간호사’나 ‘임상전담간호사(CPN)’로 불리며, 대개 전공의가 부족한 기피과에서 의사 대신 봉합, 절개 등을 실행하고 있다.

한덕수 총리는 어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많은 법안 중 특히 간호법은 의료 비상시 크게 헌신하고 계시는 간호사들이 좀 더 안심하고 환자 치료 및 보호에 전념할 수 있는 필수 법안”이라며 “회기 내 꼭 통과시켜달라”고 국회에 호소했다. 간호법이 현재 의료사태를 해결할 수 없고 전공의 복귀가 더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는 국민과 환자를 먼저 생각해 주길 바란다. 간호법 제정을 한사코 반대하다 돌변한 여당 못지않게, 지난해 민생법안이라며 통과시켜 놓고 지금 절실함이 사라진 듯 뜸들이는 야당은 각성해야 한다.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수도권 대형병원 응급실은 지금 전쟁터나 다름없다. 여야가 따가운 여론을 의식한다면 PA간호사 합법화가 담긴 간호법을 속히 처리해 국민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