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을 다시 한번 직격했다. 우리은행이 전임 지주회장 관련 부적정대출을 인지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 체계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엄정한 조치'까지 언급한 만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책임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25일 설명자료를 내고 우리은행이 내놓은 부적정대출 관련 해명에 반박했다. 은행 측이 사안을 인지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공시 및 보고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은 명백히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앞서 우리은행 측은 "(손태승 전 회장 관련 사안은) 여신심사 소홀에 따른 부실에 해당하므로 금감원 보고 의무가 없고, 뚜렷한 불법행위도 발견되지 않아 수사의뢰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측이 지난해 이미 손 전 회장 관련 부적정대출 및 대출 부실화를 인지했지만 금감원에 보고하지도 않고 사안에 적절히 대처하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측은 "지난해 7월부터 특정 영업본부장이 취급한 여신이 부실여신 검사 대상으로 계속 통보되던 상황에서 은행 측은 9·10월 해당 여신이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며 "그럼에도 즉각 대처를 하지 않았고, 자체감사 일정을 해당 본부장이 퇴직한 후(1월)로 미루는 것으로 모자라 감사종료 및 자체징계(4월) 후에도 감사결과 내용을 금감원에 알려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후 금감원이 제보를 통해 사실관계 확인 요청을 하자 우리은행은 그제서야 감사 결과를 금감원에 전달했고, 금감원이 이달 9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수사기관에 관련자를 고소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법상 적어도 4월 이전에는 금융사고 보고 및 공시의무가 발생했으며, 더 넓게 보면 지난해 4분기 이미 부적정 및 부실대출 관련 보고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이번 부적정대출 관련 금융사고를 금감원에 보고하고 홈페이지에 공시한 건 이달 23일이다.
금감원은 현 경영진 책임도 분명히 언급했다. 지난해 9·10월 우리은행 여신감리부서가 손 전 회장 관련 내용을 보고하면서 현 은행 경영진이 이를 알게 됐고, 늦어도 올해 3월에는 지주 경영진도 이 같은 사실을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지주와 은행 모두 이를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측은 "금융사고 자체뿐 아니라 사고 미보고 등 사후 대응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전반적 내부통제 미작동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그간 금감원과 은행권이 공동으로 추진해 온 지배구조 개선 취지와 노력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전임 회장 때 일이라 몰랐다'는 말로 발뺌할 수 없다는 뜻이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부적정대출 관련 추가 사실관계를 파악해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사고 과정에서 드러난 내부통제상 취약점, 지배구조체계상 경영진 견제기능 미작동 등을 면밀히 살펴 미흡한 부분을 신속하게 개선·강화하도록 지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