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부천 호텔 화재 당시 최초 신고자와 119상황실 사이의 대화 녹취록이 공개돼 긴박했던 현장 분위기가 전해졌다. 신고자와 사고 접수 요원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정황도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기도소방재난본부로부터 제출받은 '부천 원미구 숙박시설 화재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첫 119 신고는 22일 오후 7시 39분 20초에 이뤄졌다. 화재가 발생한 호텔 810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지 2분 남짓 지난 시점이었다.
녹취록을 보면 신고자는 처음부터 "(부천시) 중동 코보스호텔인데요, 밖에 아아… 불이 났어요"라고 화재 장소를 밝혔다. 그러자 접수 요원은 "어디? 중동 어디요?"라고 되물은 뒤 "천천히 말씀해 주세요. 잘 안 들려요"라고 말했다. 화재 발생 과정의 소음이나 통신 장애로 신고자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신고자는 재차 "코보스호텔"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접수 요원은 그때마다 "코원스텔이요?" "코보스텔?" "코버스?"라고 되물었다.
신고자는 정확한 발화 지점도 알고 있었다. 그는 "어디서 불이 나는 거 같아요?"라는 요원의 질문에 "여기 객실이요. 810호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접수 요원은 "그러니까 810호 어디? 침대, 뭐 창문 어디?"라고 정확한 위치 파악에 나섰다. 결국 신고자는 "아…" 하고 탄식할 뿐이었다.
당시 화재는 최초 발화 이후 2분도 안 돼 객실 복도가 연기로 가득 찰 만큼 확산 속도가 빨랐다. 때문에 신고자도 공황 상태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요원이 "대피는 하셨어요?"라고 묻자, 신고자는 "대피 안 했어요"라고 답했다. 이에 "사람들 대피 먼저 해주세요"라고 당부했지만 신고자의 "아…" 하는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소방당국은 최초 신고 접수 3분 만인 오후 7시 42분에 화재 경보령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그리고 1분 뒤 부천소방서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신고 녹취록이 언론을 통해 대중에 공개되자 일부 누리꾼들은 "119상황실의 대응이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인터넷 검색만 해도 몇 초면 나오는 호텔 이름을 도대체 몇 번이나 되묻는 건가"라고 꼬집었고, 다른 누리꾼도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하면 정확한 호텔 명칭을 알 텐데 저 긴박한 상황에 묻고 또 묻다니 속이 터진다"고 공감했다. 화재 현장에 있는 신고자가 경황이 없기 때문에 119상황실이 능동적으로 화재 위치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대화 내용의 절반 이상은 접수 요원이 신고자로부터 정확한 호텔 이름을 확인하는 절차였다. 신고자가 5차례 이상 "코보스호텔"이라고 말했는데도 요원은 "혹시 모텔 이름 좀 천천히 좀 말씀해 주시겠어요"라고 했다. 신고자가 처음부터 호텔이라고 밝혔음에도 "그 모텔 이름이, 거기 모텔이에요?"라고 되물었다.
다만 상황실이 수차례에 걸쳐 호텔 이름을 확인하려고 했던 이유는 소방 출동 장소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이 이동통신사를 통해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할 경우 기지국 신호는 100m 이상,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정보는 50m 이상 오차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