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잉사의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달했지만 두 달 넘게 발이 묶였던 우주비행사들이 내년 2월에야 지구로 귀환한다. 다만 보잉이 아니라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우주선을 타고서다. 항공우주사업 선도 기업임을 자부해 온 보잉으로선 체면을 구기게 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24일(현지시간)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보잉의 우주캡슐 '스타라이너'를 타고 첫 유인 시험비행에 참여했던 우주비행사 배리 부치 윌모어(61)와 수니 윌리엄스(58)의 지구 귀환에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 캡슐을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귀환 일정은 내년 2월로 잡혔다.
이로써 당초 8일간 우주 체류 예정이었던 두 사람은 무려 8개월간 ISS에 머물게 됐다. 지난 6월 5일 스타라이너를 타고 ISS에 도달한 두 사람은 그동안 기체 결함 탓에 지구로 돌아오지 못했다.
정원 4명인 크루 드래건은 지구에서 2명이 탑승해 ISS로 이동한 뒤, 윌모어와 윌리엄스를 태우고 돌아올 예정이다. 스타라이너는 다음 달 초 아무도 태우지 않고 지구로 귀환한다. 나사는 이런 결정을 내부 인사들의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우주비행사들을 ISS에 일단 남겨두고 스타라이너를 무인 상태로 귀환시키는 결정은 안전에 대한 약속의 결과"라고 말했다.
보잉은 우주 사업에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됐다. 스타라이너는 시험비행 중 ISS 도킹 과정에서 헬륨 누출과 기동 추진기 고장 등 여러 문제를 노출했다. 게다가 스타라이너는 2019년 12월 첫 무인 시험비행 때도 소프트웨어 오류로 ISS 도킹에 실패하고 귀환하는 등 기술 결함을 드러냈다. 보잉이 2016년 이후 스타라이너 개발에 추가로 쓴 돈만 약 16억 달러(약 2조1,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잉이 나사의 유인 시험비행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 보잉은 스타라이너가 안전하게 돌아온 뒤에도 문제 해결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나사 측에 전했다. 다만 나사가 보잉 측에 유인 시험비행 재도전을 요구할 경우, 보잉은 최소 수억 달러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미국 매체들은 전했다.
반대로 스페이스X의 위상은 더 높아지게 됐다. 그윈 쇼트웰 스페이스X CEO는 엑스(X)에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나사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