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만든 파벨 두로프 CEO, 프랑스서 체포... 무슨 일이

입력
2024.08.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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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155억 달러의 젊은 부호
메신저 범죄 악용 방치한 혐의

'비밀 메신저'로 불리는 텔레그램을 창업한 러시아 기업인 파벨 두로프 최고경영자(CEO)가 24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체포됐다.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이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것을 사실상 방치해 온 혐의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로이터통신과 프랑스 TF1 등에 따르면, 두로프는 이날 오후 8시쯤 프랑스 파리 외곽의 르부르제 공항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전용기를 타고 파리에 도착한 길이었다고 한다.

두로프는 텔레그램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프랑스 경찰 내 미성년자 대상 범죄 단속 사무국(OFMIN)은 사기, 마약밀매, 사이버폭력, 조직범죄, 테러 조장 등 범죄에 대한 초기 수사 결과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고 AFP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 태생인 두로프는 형 니콜라이와 함께 '러시아판 페이스북'으로 불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 프콘탁테(VK)와 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을 만들었다. VK가 동유럽권 최대의 SNS로 성장하며 러시아에서 손꼽히는 부호 반열에 올랐다. 포브스는 그의 자산이 155억 달러(약 20조5,600억 원)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두로프는 '반(反)정부 시위에 참가한 VK 사용자 정보를 넘기라'는 러시아 정부 요구를 거부하고 VK 지분을 모두 매각한 뒤 2014년 러시아를 떠났다. 이후 독일에 머물면서 텔레그램 운영에만 매진했다. 러시아를 벗어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본사를 옮긴 텔레그램은 높은 보안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났다. 2021년 5억 명이었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현재 약 9억 명으로, 곧 10억 명 돌파도 앞두고 있다.

이용자 간 대화를 암호화해 전송하는 텔레그램은 다른 메신저보다 보안성이 워낙 강력해 러시아, 이란, 중동, 홍콩 등에서 정부 탄압에 맞서는 민주화 운동 세력의 소통 도구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극단주의 콘텐츠나 가짜뉴스 확산의 주요 경로로 쓰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전쟁과 관련, 양국 모두 텔레그램을 통해 걸러지지 않거나 자극적인 내용을 쏟아내고 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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