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 줄인상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그는 "수도권 집값과 관련해 개입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며 이례적으로 당국 개입 의지까지 드러냈다.
이 원장은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최근의 은행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것이 아니다"며 "앞으로는 부동산시장 상황 등에 비춰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금융당국은 은행의 금리 결정 과정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해 왔지만, 앞으로는 규제 등을 활용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원장이 비교적 강한 목소리를 낸 이유는 최근 은행권이 잇달아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금융소비자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에 유의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뒤 한 달여간 5대 은행이 발표한 금리 인상만 해도 20여 차례에 달한다. 예금금리는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우대금리 축소 및 가산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금리만 계속 올린 것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가계부채 관리 방식으로 '대출금리 인상'이라는 쉬운 길을 택한 것이 잘못이라고 보고 있다. 이 원장은 "연초 은행들이 설정한 스케줄보다 가계대출이 늘었는데, 대응으로 금리를 올리면 돈도 많이 벌고 수요를 누르는 측면이 있어서 쉽다"면서 "우리가 바란 건 미리미리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절한 방식으로 은행과 소통해야 할 텐데, 그 과정이 개입으로 비친다 해도 어쩔 수 없이 저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상승세를 잡지 못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집값에 불이 붙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9월 시작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외 강도 높은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원장은 "단순히 DSR 하나로는 안 된다"며 "9월 이후에도 대출 증가 흐름이 보이면 지금 하는 것 이상으로 강력하게 (규제)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전달보다 7조5,975억 원 증가했다. 사실상 역대 최대 규모 증가인데, 이달 22일까지 늘어난 주담대만 6조 원이 넘어 최대 기록이 또 다시 경신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