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무소속 후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오는 11월 미 대선 레이스를 포기하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이로써 미 대선은 다자 구도가 아닌 '해리스 대(對) 트럼프'라는 양자 구도가 완성됐다.
23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케네디 주니어가 이날 캠페인을 중단하고 애리조나주(州) 글렌데일에서 열린 트럼프 집회에서 함께 무대에 등장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캠프는 이날 '특별 게스트' 등장을 예고한 바 있다.
공개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케네디 주니어는 관료주의가 국가의 병폐에 책임이 있다는 생각에 공감대를 이뤘다. 케네디 주니어는 트럼프와의 이념적 차이를 인정했지만 "안전한 음식을 먹고 만성 질환 전염병을 종식시키는 것"에서 가치가 겹친다고 말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탄생 시 행정직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케네디 주니어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이자, 당시 법무장관 로버트 F 케네디의 아들이다. 환경 변호사이자 백신 반대 운동가이며 지난해 4월 민주당 후보 지명을 놓고서는 현역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도전자로 경선에 나선 바 있다. '바이든 대 트럼프'의 경쟁에 흥미를 잃은 유권자들이 많자 계획을 바꿔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로 했고 한때 20%까지 지지율이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7월 펜실베이니아주 공개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사건이 발생하고, 연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체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면서 제3지대 후보는 점차 입지를 잃었다.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미 펜실베이니아 법원에 자신을 투표용지에서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케네디는 선거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있는 10개 경합주에서는 투표용지에서 자신의 이름을 삭제하고, 다른 주에는 후보로 남을 계획이다. 다만 "정치 전략가들은 케네디의 지지가 트럼프에게 도움이 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내다봤다"고 로이터, NYT 등이 전했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정치 명망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의 여동생 케리 케네디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트럼프를 지지하기로 한 그의 결정은 가족의 가치를 배신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