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숨 고르기' 한동훈-이재명 회담...잇단 신경전에 '무산론'까지 솔솔

입력
2024.08.23 18:45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불신'
완전 무산 가능성은 아직 낮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순연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 대표 간 양자 회담에 균열이 가해지고 있다. 회담의 '진정성'을 두고 양측이 신경전을 펼치는가 하면, 한 대표 측이 제안한 '생중계' 방식을 두고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협치'의 신호탄으로 기대됐던 양측 회담이 켜켜이 쌓인 여야 불신의 벽을 결국 넘지 못하고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회담을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신경전은 23일에도 계속됐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한 대표가) 저희를 사실상 피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한 대표를 직격했다. 김우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전날 회담 파기 가능성을 공개 거론한 데 이어 한 대표에게 '회담 성사를 원치 않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국민의힘 생각은 정반대다. 민주당 측에서 되레 양자회담을 무산시키려고 의도적 지연 전략을 쓰고 있다는 의심이다. 회담을 제안한 진짜 의중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이라는 것이다.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이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이나 다른 관계자가 회담 무산을 얘기하거나 의제를 갖고 시비를 거는데, 사실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불만을 터뜨린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박 비서실장은 민주당과 양당 대표회담 일정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생중계 방식' 등을 놓고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MBC라디오에 출연해 "필요하다면 생중계 이후 다음 날이라도 비공개로 회담할 수 있다"는 등 한걸음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 "전례 없는 생중계를 걸어서 자기가 한 약속을 피해 보려는 꼼수"라고 직격하는 등 신경전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물론 한 대표와 이 대표 모두에게 이번 회담이 필요한 만큼 협상의 끈을 완전히 끊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취임 한 달째인 한 대표와 2027년 대선을 바라보는 이 대표 모두 추석 전 민생 성과를 이뤄내야 한다는 '공통 분모'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지난 한 달 동안 최대한 정치공방은 자제해 왔다"며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국민을 위한 실적이 나올 수 있는 분야에서 생산적인 싸움을 하자"며 이 대표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도 "이 대표가 양자회담을 단순히 영수회담의 발판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오해"라며 "최소한 한두 개라도 성과를 내려는 게 이 대표의 뜻"이라고 귀띔했다.

강진구 기자
박선윤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