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과 하남시가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을 두고 충돌했다. 하남시가 해당 사업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리자 한전은 하남시 주장을 반박했다. 하남시는 변전소 설비 증설로 전자파가 우려된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내세웠다. 반면 한전은 해당 사업으로 오히려 전자파가 줄어들고 새 설비는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전력업계는 갈수록 전력 설비 문제 때문에 전국 곳곳에서 갈등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동서울변전소 문제가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도권에 각종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생산 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전력 수요가 많아지고 송배전로를 포함해 전력 설비도 늘어나야 하는데 인근 지방자치단체가 반발할 공산이 클 것으로 보여서다.
한전은 23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 사업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당 사업에 대해 21일 하남시가 인허가 불허를 통보해 앞으로 수도권 전력공급에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하남시가 한전의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 사업을 불허한 가장 큰 이유는 전자파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동서울변전소 인근에 대규모 주거단지(약 4만 명)와 교육 시설이 있어 하남시민의 건강한 생활 환경을 해친다는 것이다. 하남시는 또한 한전이 주민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증설 계획 및 입지를 확정하는 등 주민수용성을 확보하지 않아 전원개발촉진법을 어겼다고도 주장했다.
한전은 하남시의 말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 동서울변전소와 가장 가까운 아파트를 기준으로 미치는 전자파는 0.02마이크로테슬라(μT)로, 편의점 냉장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0.12μT)보다 적다는 게 한전 측 주장이다. 또한 동서울변전소 철탑을 실내 건물로 옮기면서 전자파가 60% 줄고 새로 들어서는 HVDC 변환 설비는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는 직류라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한전은 또 이번 사업은 기존의 전원 개발 사업 구역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입지선정위원회 대상이 아닌데도 불구하고(해당법 시행령 13조) 주민수용성 확보를 위해 7회에 걸쳐 설명회를 시행했다고 맞섰다.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 사업은 기존 부지에 있던 철탑을 실내 건물로 옮기고 남는 땅에 500킬로볼트(kV)급 직류송전(HVDC) 변환 설비를 새로 짓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새 설비는 울진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가 수도권까지 들어오는 데 도착지 역할을 한다. 현재 울진 원전 발전량은 17.9GW에 달하는 반면 수도권까지 이어지는 송전망에서 감당할 수 있는 전력량은 10.5GW뿐인데 이를 늘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업이 수도권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동서울변전소에 도달한 전기는 하남시 감일지구 등 인구 밀집 지역으로 공급되고 하남시에 들어설 3기 신도시(교산) 추가 전력 수요도 감당해야 한다. 또한 경기 남부 지역에 밀집한 반도체 생산 시설, 데이터 센터에도 쓸 수 있다. 정부가 이번 사업을 '특별관리 대상'으로 지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력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설비를 늘리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지자체의 반발도 계속 터져나올 것"이라며 "문제는 전력 설비는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제때 들어서야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서철수 한전 부사장(전력계통 담당)은 "한전은 이의제기와 행정소송 등 가능한 모든 절차를 검토할 것"이라며 "동시에 변전소 인근 주민을 상대로 한 설명회를 꾸준히 열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의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 사업 목표 연도는 2027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