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화재 피해 키운 에어매트… "한 사람씩 중앙으로 떨어져야"

입력
2024.08.23 12:00
국내 보급은 '에어 쿠션' 방식
모서리로 낙하 땐 뒤집힐 위험
소방대원 지시 따르는 게 중요

22일 경기 부천의 호텔에서 일어난 화재 당시 투숙객 2명이 불길을 피하려고 공기안전매트(에어매트)로 몸을 던졌다가 사망한 가운데, 에어매트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정황이 드러났다. 소방당국 매뉴얼상 한 사람씩 매트 중앙으로 낙하해야 했지만 이 같은 수칙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3일 소방당국과 한국소방공사의 에어매트 사용 주의사항을 종합하면, 국내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에어매트는 '에어 쿠션(Air Cushion)' 방식이다. 매트 안에 공기를 주입해 커다란 쿠션을 만들고, 그 위로 대피자가 떨어지면 일부 공기가 매트 바깥으로 배출되며 충격이 완화되는 구조다.

낙하 때 주의할 점은 ①에어매트 위로 한 명씩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2명 이상이 동시에 떨어질 경우 서로 부딪쳐 충격으로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앞사람이 낙하하고 나서 매트에서 벗어난 것을 확인한 뒤 뒷사람이 낙하를 시도해야 한다. 만약 시간이 촉박해 2명이 동시에 떨어져야 한다면 서로 꼭 껴안고 낙하해야 한다. ②떨어질 땐 건물 외벽에 부딪히지 않게 엉덩이나 등으로 떨어져야 한다. ③낙하 지점은 매트 중앙에 있는 표식이다. 만약 모서리 등으로 잘못 떨어질 경우 매트가 뒤집힐 위험이 있다. 일련의 과정에서 대피자가 소방대원의 지시에 정확히 따르는 것도 중요하다.

화재 당시에는 이 같은 에어매트 사용 매뉴얼이 일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언론에 공개된 사고 영상을 보면 7층에 있던 한 투숙객이 에어매트 가장자리 쪽으로 떨어지자마자 그 충격에 매트가 뒤집혔다. 그러고는 채 몇 초가 되지 않아 다른 투숙객이 에어매트를 향해 몸을 던졌다. 매트가 뒤집힌 사이 낙하한 두 번째 투숙객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진 것으로 보였다. 이상돈 부천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최초에는 정상적으로 펼쳐져 있었는데 요구조자가 밑으로 뛰어내리면서 뒤집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이날까지 화재 사망자는 7명, 부상자는 12명으로 집계됐다. 당국은 해당 호텔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2003년 준공된 호텔은 스크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장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