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개표' 의혹이 거셌던 베네수엘라 대선과 관련, 현지 대법원이 22일(현지시간) 선거관리위원회(CNE) 개표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 니콜라스 마두로(61) 대통령의 3선 성공을 선언한 선관위 발표를 인정한 것이다.
미국 AP통신·영국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카리슬리아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대법원장은 이날 결정문 발표에서 "7·28 대선과 관련해 선관위에서 내놓은 개표 결과와 제반 자료를 검증한 결과 투표기기 집계에 이상이 없다"며 "해당 집계표는 선관위 당선자 발표를 뒷받침하는 객관성을 담보하며 전국 집계 센터의 데이터베이스와 완전히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관위에 대선과 관련한 관할권이 있음은 명백하고 선관위의 당선자 발표는 유효하다"며 '마두로 대선 승리'를 재확인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치러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는 '야권 후보 압승'을 점친 출구조사 결과와 달리 선관위가 마두로 대통령(득표율 51.2%)을 승자로 선언하면서 부정 개표 의혹이 나라 안팎에서 제기됐다.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잇따랐고, 당국의 강경 진압에 사망자도 속출했다.
야권은 자체 확보한 개표 집계 데이터 분석 결과를 공개하면서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득표율 66.1%)가 마두로 대통령(31.3%)을 앞질렀다고 주장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도 야권의 주장을 지지했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마두로 대통령은 대선 사흘 뒤인 지난달 31일 베네수엘라 대법원에 개표 검증을 요청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사법부 역시 '친(親)마두로' 인사가 포진한 만큼, 이번 감사는 구색 맞추기일 뿐이라는 의심도 팽배했다. 결국 대법원이 이날 마두로 대통령의 손을 들어 주면서 그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날 대법원의 결정을 "마두로에게 충성스러운 베네수엘라 대법원이 그를 대선 승자로 규정했다"고 표현했다. AP도 "대법원 판결은 선거를 감시한 유엔과 미국 카터센터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와 모순되며, 두 전문가 모두 당국 발표 결과에 신뢰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당국은 전국 3만 개 투표소의 개표 내역을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곤살레스 후보를 '당선자'로 규정한 야권의 득표율 자료는 위조됐다며, 이 자료 게시에 대한 범죄 혐의 수사도 검찰에 요청했다. 또 "선관위 개표 시스템에 대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며 이에 대한 신속한 조사도 촉구했다.
야권은 대법원이 선거 기능을 수행할 헌법적 권리가 없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은 무효라고 맞섰다. 곤살레스 후보는 판결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양도할 수 없다. 국가 기관(의 권력)은 국민 주권에서 비롯되고, 국민 주권에 종속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