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 한 호텔 객실에서 불이 나 투숙객 등 7명이 숨지고 12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7명 중 2명은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39분쯤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9층짜리 호텔의 8층 객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오후 7시42분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가 15분 뒤 대응 2단계로 상향했다. 오후 10시14분 초기 진화를 마치고 오후 10시26분에 불을 모두 진화했다. 오후 10시35분에는 대응 단계도 해제했다.
사망자 중 2명은 불이 나자 8층 객실에서 호텔 밖 1층에 설치된 소방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으나 사망했다. 소방당국은 첫 대피자가 뛰어내린 이후 에어매트가 뒤집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상돈 부천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처음에는 에어매트가 제대로 설치돼있었는데, 요구조자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에어매트가 뒤집힌 것으로 파악된다"며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아 어떻게 뒤집혔는지 등 정황은 추가로 확인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투숙객이 촬영한 영상에는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8층 객실 창문으로 투숙객으로 추정되는 2명이 불과 4∼5초 차이를 두고 호텔 바깥 지상에 설치된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는 모습이 담겼다.
사고 목격자는 YTN과 통화에서 "한 남성이 7시45분쯤 '살려주세요'라며 엄청나게 크게 소리를 쳤는데, 이 남성은 에어매트가 깔린 뒤 뛰었고, 좀 있다가 남자와 여자가 뛰어내렸다"며 "(그 뒤) 주변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비명이 들리더니 (소방에서 대피자를) 싣고 갔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다른 시민도 "에어매트로 떨어진 남녀가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뒤 병원으로 이송되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함은구 을지대 안전공학전공 교수는 YTN 인터뷰에서 "고층이라 뛰어내리는 과정에서 반동이 상당했을 것 같다"며 "정확한 위치라든가 반동 등이 충분히 고려돼 에어매트가 전개됐는지 향후에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발화지점을 810호 객실로 추정하고 있다. 이곳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가 30건 이상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810호엔 투숙객이 없던 것으로 알려져 화재 원인 등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상돈 과장은 "한 분이 (810호에) 들어오셨다가 타는 냄새 내지는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바꿔달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정확한 시간까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한 호텔은 지하 2층~지상 9층 높이 연면적 4,225㎡ 규모로, 객실은 64개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