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는 건물 전체가 불길에 휩싸이지 않았지만 7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인명 피해가 커진 이유로는 내부에서 급속히 퍼진 유독가스가 지목되고 있다.
23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전날 오후 7시 39분쯤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9층짜리 호텔의 8층 객실에서 시작됐다. 불길과 함께 건물 안에서 검은색 유독가스가 빠르게 확산해 투숙객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3년 준공된 이 호텔은 객실에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소방법 개정으로 스프링클러는 2017년부터 6층 이상 모든 신축 건물에 층마다 설치해야 하지만 의료기관 등 일부를 제외하면 설치 의무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노후 건물은 화재에 특히 취약하다.
사상자 대부분이 발화 지점과 가까운 8층과 9층 객실 및 계단, 복도 등에서 발견된 것으로 미뤄 유독가스 때문에 대피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7명 중 남성은 4명, 여성은 3명이고 모두 내국인으로 확인됐다.
일부는 계단 등으로 대피하지 못하고 호텔 밖 지상에 설치된 에어 매트로 뛰어내렸다가 사망하기도 했다. 소방 당국은 "화재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건물 내부에 연기가 가득 차 있었고 창문으로도 많은 양의 연기가 분출됐다"고 했다. 호텔 주변에 있었던 목격자들도 "시뻘건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며 긴박했던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소방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 조사와 함께 발화 직후 호텔 측이 투숙객에게 대피 안내방송을 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인명 피해가 발생한 호텔 건물에는 총 64개의 객실이 있고, 화재 당시 27명이 투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라 사상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호텔 객실에서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며 "내부를 모두 수색해야 정확한 인명 피해 규모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