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저비용 항공사 '위즈에어'가 연 599유로(약 89만 원)에 자사 항공편 무제한 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잔여 좌석 판매로 비행기 적재율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다른 운송 수단보다 더 탄소집약적인 특성 탓에 '기후 위기 주범'으로 꼽히는 비행기 이용을 부추기는 것이라는 비판이 비등하다.
위즈에어가 이달 출시한 문제의 멤버십은 '올 유 캔 플라이(All you can fly)'다. 미국 저비용 항공사에서 비슷한 멤버십을 출시한 적은 많으나, 유럽에서는 이색적 상품이다. 위즈에어는 50개국, 200개 도시에서 약 800개 노선을 취항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 가입비 599유로에다 항공편 1회 이용 때마다 9.99유로(약 1만4,877원) 추가금이 붙지만, 여행 횟수가 잦은 이들에게는 큰 이득일 수 있다. 실제로 22일(현지시간) 기준 위즈에어가 준비한 1만 개 상품은 이미 매진된 상태다.
환경운동가들은 발끈했다. 저렴한 가격에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탄소집약적 운송 수단 활용을 유도하고 있다는 이유다. 사용 연료, 탑승 인원 등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해도, 일반적으로 비행기는 기차보다 12배의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게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이다. 범유럽 비정부기구 '운송 및 환경'의 항공 책임자 조 다르덴은 "이렇게 값싼 요금제를 출시하는 회사가 '탄소 중립 실현'을 약속하면 어떻게 믿겠나"라고 미국 폴리티코에 말했다.
위즈에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올 유 캔 플라이'는 신규 고객을 위한 새 항공편 추가가 아니라, '항공편 운항 전 72시간 동안 여분의 좌석 판매'이므로 적재율을 올리는 조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 비행기에 많은 승객이 타면 한 명당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셈이어서 환경적으로 오히려 이득이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싼 값에 비행기를 이용하도록 만드는 구조 자체가 잘못'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기후변화 대응 캠페인을 주도해 온 '위 아 파시블'의 수석 캠페이너 알레시아 워링턴은 "비행기 요금은 운송 수단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나 기후에 미치는 실제 피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주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보상이 아니라 처벌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