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에 텀블러 써도 전기는 화석연료... "녹색전기 쓸 자유 달라" 헌법소원

입력
2024.08.22 17:20
[8월 22일 에너지의 날]
소비자기후행동·기후솔루션 헌법소원 청구 발표
'탈탄소 규제'에 기업은 재생에너지 골라 쓰지만
기후대응 원하는 개인은 쓰려 해도 선택권 없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소비자들이 낮에는 텀블러 들고 대중교통 이용하며 아등바등 실천해도, 밤에는 에어컨 없이는 가족들의 건강을 지킬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친환경 전기를 아무리 쓰고 싶어도 제도와 법에 가로막혀서 선택권을 보장받지 못합니다."(김은정 소비자기후행동 대표)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은 '에너지산업'에서 발생한다. 전기를 만들고 난방을 하는 과정에서 기후위기 주범인 탄소가 대량 배출된다는 뜻이다. 특히 한국은 발전 시 화석연료 의존도가 60% 수준인 '기후악당'으로 꼽힌다. '청정 발전'은 멀기만 한 상황에서 시민들이 "녹색전기를 쓸 자유를 보장하라"며 헌법소원에 나섰다.

'에너지의 날'인 22일 소비자기후행동과 기후솔루션 소속 회원 30여 명은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반 가정에서도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선택해 쓸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청구인단은 주택용 전력 소비자 41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발전 비중이 석탄(31.4%), LNG(26.8%), 원자력(30.7%), 신재생(9.6%) 등으로 여전히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일반 소비자도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선택해 구매할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기후재난을 막고자 '녹색전기'를 적극적으로 쓰려는 시민들이 있고, 이게 가능해야 재생에너지 산업도 더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21년 6월부터 '신·재생 에너지 발전전력의 제3자 간 전력거래계약에 관한 지침'에 따라 300킬로와트(㎾) 이상 전력을 쓰는 기업 등은 한전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로부터 녹색전기만 사는 게 가능해졌다. 기업들이 RE100 등 글로벌 탈탄소 규제에 대응할 수 있게끔 이런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반면 전력 사용량이 작은 개별 가구 소비자는 선택권조차 없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소비자가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고,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육식 대신 채식 위주 식단을 차리듯 화석연료로 생산된 전기 대신 온실가스 배출 없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하게 규정한 현 전력 거래계약 규정은 결국 소비자의 자기결정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차경 소기행 사무총장은 "소비자가 에너지 생태계 변화를 만드는 주체가 될 수 있다"며 "정부는 친환경 전기를 선택할 권리에 대한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게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효과적 방법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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