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뿐 아니라 그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최 회장 부인)에게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위자료 액수는 20억 원인데, 앞선 이혼소송 판결에서 나온 위자료 20억 원을 최 회장과 김 이사장 두 사람이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혼인 파탄의 책임을 최 회장과 김 이사장이 함께 져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 이광우)는 22일 노 관장이 김 이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김 이사장은 최 회장과 공동해 위자료 2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위자료에 대해 가집행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는 올해 5월 최 회장이 이혼하면서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 원을 지급하고 1조3,808억 원을 재산분할해야 한다고 판결했는데, 이번 20억 원은 당시의 20억 원을 가리키는 것이다. 재판부는 "부부 일방(최 회장)과 제3자(김 이사장)가 부담하는 불법행위책임은 공동불법행위책임으로서 부진정 연대채무 관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부진정 연대채무란 공동불법행위자들이 채무를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어느 한 사람이 위자료 일정액을 부담하면, 다른 사람의 부담은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다.
위자료 재판부의 이 결론은 결혼 파탄의 책임이 최 회장에게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앞선 이혼소송 결론과 일맥상통한다. 재판부는 "김 이사장과 최 회장의 부정행위, 혼외자 출산, 최 회장의 일방적 가출과 별거 지속, 김 이사장과 최 회장의 공개적 행보 등이 노 관장과 최 회장 사이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혼인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노 관장은 지난해 3월 김 이사장이 혼인 생활의 파탄을 초래했고, 이로 인해 자신이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위자료 30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김 이사장 측은 이미 혼인 관계가 파탄된 상태였고 그 책임이 노 관장에게 있다고 주장해 왔다. 김 이사장 측은 노 관장이 이혼소송에서 최 회장을 상대로 반소를 제기한 2019년 12월 이후 부부 공동생활이 실질적으로 파탄 나 시효가 소멸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김 이사장의 주장을 모두 물리쳤다. 재판부는 "부정행위 이전에 노 관장과 최 회장이 혼인 파탄에 이르렀다거나 책임이 노 관장에게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소멸시효 기산점도 이혼의 성립, 즉 이혼 판결 확정시부터 진행된다고 보고 아직 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현재 이혼소송은 최 회장의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혼소송 상고심의 주요 쟁점은 혼인 파탄의 책임을 가리기보다는 1조3,808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의 재산 분할 금액이 인정될까 여부다.
1심 선고 뒤 김 이사장 변호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유 여하를 떠나 노 관장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이번 소송이 재산분할 소송에서 (노 관장의) 유리한 입지를 위해 기획된 소송이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김 이사장은) 여론전과 가짜뉴스로 많은 고통을 받아 왔으며 지나친 인격 살인은 멈춰 달라"고 덧붙였다. 이후 김 이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법원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항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 관장 측은 "가정의 소중함과 가치에 대한 사법부의 확인이 이뤄진 것이라 감사하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