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백현동 사건 수사 무마 명목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요구한 뒤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정혁(68·사법연수원 16기) 변호사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는 서울고검장과 대검찰청 차장검사(고검장)를 지낸 전관 변호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조형우)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임 변호사에게 22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억 원의 추징금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선임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개인적으로 대검 지휘부를 만나 의뢰인의 불구속 수사를 청탁한 행위는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로서 부적절한 접촉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 변호사는 지난해 6월 백현동 개발 관련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로부터 검찰 수사 관련 공무원 교제·청탁 명목으로 1억 원을 개인 계좌로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임 변호사가 "검찰 고위직들을 잘 알고 있어 구속되지 않게 사건을 정리해줄 테니 걱정 말라"며 대가로 10억 원을 요구했고, 이 중 1억 원을 착수금으로 받아 챙겼다는 게 공소사실이다.
재판에서 임 변호사는 "성공보수 약정이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고액의 선임료가 수사 무마 청탁에 대한 대가에 불과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른 변호인들은 사건 초기부터 활동한 것과 달리 임 변호사는 대검 반부패부장을 만나 1쪽짜리 의견서를 제출하고 이후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았다"며 "선임서도 의도적으로 제출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짚었다.
다만 재판부는 전관 지위를 이용한 변호 활동이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을 감안해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택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부적절한 처신을 깨닫고 뉘우치기보다 변명으로 일관한 정황은 나쁘다"면서도 "이러한 유형의 변호사법 위반 사건을 쉽게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피고인 스스로 인식할 수 있었던 위법성의 정도는 다소 약해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정 대표에게 임 변호사를 소개하고 자신도 수사 무마를 대가로 정 대표에게서 13억 원을 가로챈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기소된 이동규 전 KH부동디벨롭먼트 회장은 4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13억3,000여만 원의 추징금 납부도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