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연쇄창업가와 천재개발자가 만든 '스토리', 메디치 가문 등에서 1,000억 원 투자받아 유니콘 등극

입력
2024.08.22 14:43
AI가 학습할 때마다 콘텐츠 만든 창작자가 돈 받는 플랫폼 개발
거대 AI 기업 향해 "우리 데이터로 장난치지 말라"고 선포

한국의 연쇄창업가와 미국의 25세 천재 개발자가 함께 만든 신생기업(스타트업)이 대규모 투자를 받으며 유니콘(가치 1조 원 이상 기업)에 등극했다. 르네상스(문예부흥)를 이끈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 방시혁 하이브 의장, 힐튼 호텔 상속녀로 유명한 패리스 힐튼 등이 이 업체에 투자했다.

프로그래머블IP랩스(PIP랩스)는 22일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투자 유치 및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 업체는 웹소설을 제공하는 래디쉬를 창업해 카카오에 5,000억 원을 받고 매각한 이승윤 대표가 구글 출신 제이슨 자오(25) 최고프로토콜책임자(CPO)와 2022년 미국 팰로앨토에서 공동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이날 방한해 발표를 맡은 자오 CPO는 16세 때 미국 스탠퍼드대학에 입학해 20세 때 인공지능(AI)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최연소 프로젝트매니저(PM)가 된 천재 개발자다.

이날 발표한 이 업체의 시리즈B 투자 유치액은 8,000만 달러(약 1,070억 원)다. 이번 투자에는 미국 벤처투자사 a16z, 폴리체인캐피털, 메디치 가문 등이 참여했다. 이전에는 할리우드의 최대 연예기획사 윌리엄모리스에이전시, 삼성넥스트, 방 의장, 패리스 힐튼 등이 투자했다. 이로써 이 업체는 누적으로 1억4,000만 달러(약 1,874억 원)를 투자받으며 22억5,000만 달러(약 3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 업체는 AI로 창작자들에게 돈을 벌어주는 '스토리 프로토콜'이라는 독특한 서비스를 개발했다. 스토리 프로토콜은 AI가 창작자들의 글, 그림, 기사, 소리 등 콘텐츠를 학습할 때마다 돈을 받는 플랫폼 서비스다. 창작자가 콘텐츠를 스토리 프로토콜에 등록하면 지식재산권(IP)이 법적으로 보호돼 AI가 데이터 학습 등에 활용할 때마다 수익이 발생한다. 이때 창작자는 얼마를 받을지 수익 조건을 정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스토리 프로토콜은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IP를 보호하고 사용처를 자동 추적한다. 자오 CPO는 "스토리 프로토콜에 콘텐츠를 등록하면 AI가 콘텐츠를 학습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렇게 학습한 AI 데이터로 누군가 2차 창작을 한 경우에도 수익이 발생한다"며 "콘텐츠가 여러 번 가공될 때마다 참여한 1, 2, 3차 창작자들이 모두 돈을 버는 구조"라고 말했다.

관건은 거대 AI와 창작자들의 참여다. 자오 CPO는 "영화 '배트맨 다크나이트' 대본을 쓴 시나리오 작가 데이비드 고이어를 비롯해 200개 이상의 창작팀이 2,000만 개 이상의 저작권을 스토리 프로토콜에 등록했다"며 "초거대 AI 기업들과 스토리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거대 AI 기업들을 향해 "우리 데이터로 장난치지 말라"고 선언한 이 대표는 AI 시대에 창작자들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것뿐이라고 보고 스토리 프로토콜을 개발했다. 이 업체는 스토리 프로토콜을 알리기 위해 다음 달 서울 성수동에서 AI 기업과 창작자들이 만나는 행사도 준비 중이다.

최연진 IT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