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전쟁 범죄 등을 저지른 개인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 상설 국제 법정인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정식 가입했다. ICC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체포 영장을 발부한 기관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싸우는 자국민이 기소될 것을 우려해 그간 ICC 가입을 미뤄왔으나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의회(라다)는 지난 1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출한 'ICC에 대한 로마 규정'(이하 로마 규정) 비준안을 통과시키며 ICC의 125번째 회원국이 됐다. 로마 규정은 국제 범죄에 대한 형사 처벌을 위해 설립된 ICC의 관할권을 인정하기 위한 다자 조약으로, 해당 규정에 따라 ICC는 집단 살해 죄, 인도에 반한 죄, 전쟁 범죄, 침략 범죄에 대한 관할권을 가진다.
ICC 회원국은 ICC 체포 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자국 영토에 진입할 경우 반드시 체포해야 한다. 그간 ICC 회원국을 상대로 '푸틴 대통령이 해당 국가 영토 진입 시 검거하라'고 요청해 온 우크라이나에도 비로소 체포 의무가 부여됐다는 뜻이다. 지난해 3월 ICC로부터 체포 영장이 발부된 푸틴 대통령은 이후 옛 소련 국가 및 중국·북한 등 ICC에 가입하지 않은 우방국 이외 국가를 방문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쇼이구 국가안보회의 서기,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 등도 ICC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우크라이나의 ICC 가입은 2000년 로마 규정에 서명한 이후 24년 만에 이뤄졌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에 따른 전쟁 등에서 범죄를 저지른 자국민이 기소될지 모른다는 판단에 따라 의회 비준을 계속 미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EU는 '국제법 준수 의지를 보여야 EU 회원국 자격을 얻을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ICC 가입을 요구했다. EU 27개 회원국은 모두 로마 규정을 비준했다.
EU 가입을 원하는 우크라이나는 결국 '당분간 우크라이나의 전쟁 범죄를 기소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면서 타협점을 찾았다. 현재 의회가 채택한 문서에는 '우크라이나는 7년 동안 우크라이나 시민에 대한 전쟁 범죄에서 ICC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우크라이나는 "역사적 결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엑스(X)에서 "러시아의 잔학 행위와 관련한 ICC와의 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EU 가입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