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사흘째인 21일(현지시간), 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연설 무대에는 한국계인 앤디 김 연방 하원의원(민주·뉴저지)도 올랐다. '1·6 의사당 폭동' 사태를 거론한 그는 "우리 아이들이 망가진 미국에서 자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믿지 않는다. 미국을 함께 치유하자"며 민주주의 수호를 다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미국 일리노이주(州)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 찬조 연사로 나서 "(2021년) 1월 6일에 내가 배운 건 우리 모두가 위대한 공화국의 관리자라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나라를 치유할 수 있지만, (이는) 우리가 노력해야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승리를 위해 모두가 노력하자는 당부였다.
김 의원은 2021년 1월 17일 새벽 워싱턴 의사당 안에서 홀로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며 미국 내에서 '전국구 인물'로 부상했다. 2020년 11월 대선 패배에 불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이 이듬해 1월 의사당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1·6 사태'는 미국 민주주의에 뼈아픈 상처를 남겼는데, 김 의원의 당시 행동이 미국인들에게 큰 감동을 준 것이다.
김 의원은 이날 연설에서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폭동 종료 후 의사당) 바닥은 트럼프가 일으킨 혼란 탓에 깨진 유리와 쓰레기로 뒤덮여 있었다. 나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심해졌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했다. 쓰레기 봉지를 잡고 청소를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김 의원은 미국 사회의 분열상 극복을 위해 '해리스의 대선 승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가 보고 있는 이 혼란을 기억하자. 지금 이 나라에는 새로운 세대의 지도력에 대한 갈망이 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해 보자"고 당부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이후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정말 초현실적 경험이었다. 전당대회장의 에너지는 내가 경험해 본 그 어떤 것과도 달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앤디 김의 연설은 워싱턴(중앙 정치)에서의 급부상을 반영한다"며 이날 전당대회의 '주목할 만한 순간'으로 꼽기도 했다.
한국계 이민 2세인 김 의원은 2018년 뉴저지주 첫 아시아계 연방 하원의원에 오르며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2020, 2022년 선거에서 잇따라 당선됐고, 올해 6월 당내 뉴저지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도 승리했다. 지난해 9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1심 유죄평결을 받은 밥 메넨데스 연방 상원의원(뉴저지)이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오는 11월 5일 대선과 함께 실시되는 선거를 통해 '한국계 첫 연방 상원의원'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