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에 "취지 공감"한다지만...속내 엇갈린 업계

입력
2024.08.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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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법안 발의 이어 야당도 '단통법 폐지' 논의
통신사·제조사 “가격 할인 여력 없어”
알뜰폰 업계·유통점도 보완 입법 주문


22대 국회가 올 초부터 거론된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폐지 논의를 본격 시작했다. 통신사와 제조사, 알뜰폰 업계와 유통업계 등도 단통법 폐지 자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보고 있지만 후속 대책을 두고서는 입장이 엇갈려 입법안이 완성되는 데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훈기·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단통법 폐지 및 바람직한 가계통신비 저감 정책 마련'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현장에 온 전문가들은 단통법 폐지 자체보다는 이를 통해 이용자가 실제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게 세심한 입법과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발제를 맡은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통법에 여러 문제가 있지만 이용자 차별을 방지하고 보호하는 내용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용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시장 참여자가 규제를 수용할 수 있으면서 이동통신 산업 전반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후속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석한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단통법은 전반적으로 실패한 법"이라면서도 "단통법 폐지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제 단말기 가격을 인하하고 이동통신 요금을 절감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까지 민주당의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안 교수는 구체적 정책 대안으로 이동통신서비스와 단말기의 유통을 분리하는 '절충형 완전자급제'를 제안했다. 현재는 통신사가 통신서비스와 휴대폰을 묶어 판매하면서 '고가 요금제-고가 단말기' 조합으로 사실상 담합이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다.


업계, "이용자 후생 늘리는 방향 돼야"



토론회에 참석한 각 업계 대표자는 단통법 폐지를 추진하게 된 취지인 '가계통신비 인하'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시장 환경의 변화로 인해 실제 정책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이해관계에 따라 각기 다른 속내를 드러냈다.

통신업계를 대변하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송철 실장은 "단말기 가격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시장에서 유통 단계의 (차별적) 지원금만으로 소비자가 체감할 정도의 저렴한 단말기 구매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사실상 휴대폰 제조사를 겨냥했다. 반면 제조사를 대변한 삼성전자의 윤남호 상무는 "성능과 사양 경쟁을 위한 연구개발비, 부품 비용 등 원가 상승 요인이 많다"며 "한국에서 플래그십 제품 가격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낮게 책정하고 있고 중저가 제품도 촘촘히 공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알뜰폰과 유통점 업계도 보완 입법을 요구했다. 김형진 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이통사의 단말기 지원금이 쏟아져 알뜰폰 가입자가 대거 이탈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통신정책연구소장은 "유통망·대리점별 차별을 금지하고, 장려금을 투명하게 관리해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단통법 폐지 이후 어떤 대안이든 특정 사업 영역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면서도 "초점은 이용자가 손실을 보지 않도록 건전한 이동통신 생태계를 마련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와 정부 또한 지속적 의견 수렴을 약속하면서도 단통법 폐지에 의욕을 보였다. 이 의원은 "단통법 문제는 여야 모두 잘 논의해서 (이번 회기 내) 처리했으면 하는 의제"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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