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숨진 배우가 돌아왔다... 영화 에이리언 'AI 환생' 두고 갑론을박

입력
2024.08.22 16:20
신작 제작진, 유족 동의받아 AI로 고인 재현
본인 동의 여부 알 수 없어... 윤리 논란 불붙여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등에서 개봉한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에는 4년 전 사망한 영국 배우 이언 홈이 출연한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촬영한 분량이 이제 빛을 본 게 아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생전 그의 모습을 똑같이 재현해 낸 것이다.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에이리언 신작에 이른바 'AI 홈'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홈은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호빗' 시리즈에서 호빗족 빌보 배긴스를 연기한 배우로, 에이리언 시리즈 첫 편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인연이 있다. 시리즈 7편에 해당하는 이번 신작의 제작진은 2020년 세상을 등진 그를 기리기 위해 유족의 동의를 받아 AI로 그를 되살려냈다.


팬들은 뿔났다... "위험한 선례 될 것"

다만 정작 팬들 사이에서는 반가워하는 반응보다 "화가 난다"는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영국 BBC 등이 21일 밝혔다.

이번 영화에서 AI를 통해 재탄생한 홈은 새로운 캐릭터 '루크'를 맡았다. 제작진은 실존 배우가 연기한 장면을 바탕으로 생성형 AI가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 등을 홈과 비슷하게 변형해 AI 홈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홈은 여러 장면에서 (주인공에) 적대적인 인물로 등장한다"고 전했다.

홈을 AI로 되살리는 데는 유족들의 적극적인 찬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영화를 연출한 페데 알바레즈 감독은 "그의 가족, 특히 '다시 그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미망인의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전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적잖은 팬들은 복제가 과연 불요불급하고 적절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온라인에는 굳이 여러 장면에 걸쳐 등장시킬 필요는 없는 인물이고, 심지어는 AI 홈이 진짜 사람처럼 자연스러워 보이지도 않았다는 의견이 적잖다. 특히 "일부 팬들은 홈 본인이 자신의 복제를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위험한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전했다. 본인 동의 없이 AI로 재현해 내는 일이 계속 잇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AI에 일자리 빼앗길라' 배우 우려도 키워

이번 논란은 생성형 AI에 의해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해 온 배우들에게도 위협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AI로 인해 일자리가 위협받지 않게 해달라"는 것은 지난해 대형 스튜디오들을 상대로 동반 파업에 나섰던 배우와 작가들의 주된 요구 사항이기도 했다.

다만 이번 영화를 계기로 'AI가 사람 배우·작가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 대해 알바레즈 감독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첨단 AI 기술을 쓰는 것보다) 그냥 배우를 고용하는 게 훨씬 저렴하다"는 게 그가 밝힌 이유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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